이미지 크게보기헌재의 시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인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전광판에 대통령 탄핵심판이 오후 2시에 열린다는 일정이 안내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尹, 탄핵심판 최후 변론

체포·구속·심리때 “적법 계엄
끝까지 싸우겠다” 지지층 결집
마지막 진술선 혼란 사과하고
‘국민통합’ 메시지 밝힐지 주목

국회측 ‘尹 파면 이유’ 재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국정 공백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84일간 계속된 미증유의 국정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한편 법적·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최종변론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서울구치소에서 대리인단과 만나 최후 의견진술 내용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자필로 진술 내용을 정리했으며, 이를 변호인단이 컴퓨터로 받아쳐 정리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변론기일은 증거조사와 양측 대리인단의 종합 변론,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최후 의견진술 순으로 진행된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종변론에서 계엄 사태에 이르게 된 ‘국정 마비’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계엄 당일 이뤄진 국무회의와 계엄 해제 의결 등이 적법하게 처리됐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을 대표하는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왜 파면돼야 하는지, 윤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지를 최종변론에 담았다”고 전했다. 헌재는 양측 종합변론에 각 2시간씩 시간을 부여했고, 이후 최후진술에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날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탄핵 부당성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은 주요 시기마다 메시지를 내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바 있다.

첫 대국민 메시지를 낸 지난해 12월 7일에는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단상 옆에 나와 3초간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닷새 후인 같은 달 12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국민에게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한 데다 야당 측도 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해 이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수사에 응하면서도 줄곧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로 지지층에 결집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전 관저를 나서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달 1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시위대에는 A4 용지 1장짜리 편지로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진술과 크게 대비된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2월 27일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직접 출석하는 대신 대리인단을 통해 원고지 25장 분량의 최후진술서를 낭독하는 방식을 취했다. 진술서에서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적이 없다”며 그간의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또 “저의 불찰로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리고 국정운영에 부담을 드린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2004년 4월 30일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불출석하고 대리인단이 최종변론을 대신했다.

정선형·이후민·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