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달아나는 아이들 23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 탱크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테러 사건에 대응해 23년 만에 서안지구에 메르카바 탱크 3대를 진입시켰다. AP 연합뉴스

버스 테러 대응… 탱크 3대 투입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중단

서안통치 PA “불법적 공격” 반발

이스라엘군이 최근 발생한 버스 폭발 테러 사건에 대응해 23년 만에 처음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탱크를 진입시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1단계 휴전에 따라 진행되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중단한 데 이어 서안지구에서 벌여오던 군사작전의 수위를 높이면서 가자 전쟁의 불길이 서안지구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AP통신과 팔레스타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무장 투쟁의 거점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제닌으로 이스라엘군 메르카바 탱크 3대가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1일 시작된 ‘철의 장벽(Iron Wall)’ 작전의 일환으로 188기갑여단 소속 1개 소대가 제닌에서 작전 수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군 탱크의 서안 진입은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진압에 나섰던 2002년 이후 23년 만이다. 이스라엘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0일 텔아비브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버스 3대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팔레스타인 테러로 규정하고 군에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것을 명령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도 이날 군에 서안의 모든 난민 캠프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활동의 강도를 높이라”고 명령했고, 이에 앞서 “내년까지 (서안) 장기 주둔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 탱크 진입에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강력 반발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이스라엘군 움직임을 두고 “서안지구 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위”라며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즉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서안 북부에 위치한 제닌, 툴카렘, 투바스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스라엘군의 ‘철의 장벽’ 작전 등으로 인해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주민은 현재 약 4만 명에 달한다.

한편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굴욕적’ 인질 석방 행사를 이유로 중단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인도가 재개될 때까지 2단계 휴전 등 모든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라엘은 언제든지 가자지구에서 고강도 전투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