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메르츠 ‘승리연설’ 23일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을 이끄는 프리드리히 메르츠(가운데) 기독민주당 대표가 28.5%의 득표율로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것이라는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베를린에 위치한 당사에서 주먹을 쥔 채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중도우파’ 기민·기사연합 승리

메르츠, ‘자국 우선주의’ 우클릭
난민정책은 극우 AfD와 비슷해

과반은 실패… 2곳과 연정 필요
AfD 제외, 사민당·녹색당 거론

이번 독일 총선에서 중도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고,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AfD)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성과를 거둔 것은 지난 3년간 진보 정권 밑에서 경제난과 잇단 난민 흉악범죄에 지친 민심을 적극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을 이끄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난민 정책과 원전 정책 등에서 과감한 우클릭을 선택하며 당에 승리를 안겼다. 최근 유럽에서 거세지고 있는 극우 물결에 올라탄 것이다. AfD도 3년여 만에 득표율이 2배 늘어나며 원내 2당으로 세를 부풀렸다.

23일 독일 공영 ARD방송은 이날 치러진 총선 투표율은 8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1990년 동·서 통일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빈발한 난민 흉악범죄로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고, 경제 성장률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확산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28.5%의 득표율로, 연방의회 630석 중 208석을 얻어 제1당이 될 것이 확실한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21년 총선에서 10.4%를 얻었던 AfD는 이번 총선에서 20.6%의 득표율(151석)로 원내 5당에서 2당으로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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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소속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정적으로 권력 투쟁에 밀리며 한때 정계를 떠나기도 했던 메르츠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당을 우측으로 이끌며 승리를 거뒀다. 메르켈 전 총리 때부터 올라프 숄츠 현 총리(사회민주당)까지 이어진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난민 포용 정책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높아지자, 이를 과감히 뒤집고 자국민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워 국민적 신뢰를 얻은 것이다. 메르츠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고 이민자를 국경에서 바로 돌려보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이민자 ‘재이주’를 상징적 구호로 내걸고 제2당으로 올라선 AfD와의 난민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 이날 전체 유권자의 55%가 ‘외국인이 독일에 너무 많이 유입돼 걱정된다’고 답해, 메르츠 대표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사회민주당 등 좌파 성향 정당들은 난민 정책 변경에 머뭇거리며 민심의 외면을 받았다. 또 메르츠 대표는 메르켈 정부가 결정해 숄츠 총리의 연정 때 시행된 탈원전을 재검토하고 지난해 4월 합법화한 기호용 대마초도 다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단독 과반에 실패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적어도 2개 정당과 연정을 꾸려야 해, 연정 구성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메르츠 대표는 AfD를 연정 파트너에서 제외했고, 사회민주당 또는 녹색당과 좌우 대연정이 가능하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녹색당과 기후·난민 등 대부분 쟁점에서 엇갈린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