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 기관의 대규모 감원 등 몸집 줄이기를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업무성과 협박 이메일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20일(현지시간) 인사관리처(OPM)발로 24일까지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해 보고하라고 통보한 것을 두고 연방정부 노조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조직 수장들도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머스크 CEO는 “새 정책에 좋은 반응을 보인 직원은 승진을 고려하겠다”며 당근을 꺼내들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23일 “연방 근로자를 대표하는 두 개의 가장 큰 노조인 연방공무원노조(AFGE)와 전미재무공무원노조(NTEU)는 회원들에게 머스크 CEO의 이메일에 대응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 CEO는 OPM을 통해 연방 공무원 전체에 보낸 ‘지난주에 무엇을 했습니까’(What did you do last week?)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지난주에 한 일을 5개로 요약 정리해서 24일 오후 11시 59분까지 답변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도 같이 밝혔다. 이를 두고 구조조정이 더디자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금은 (이메일에 대한) 답변을 보류해달라”고 밝혔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직원들에게 내부 메시지를 통해 “업무의 민감성 및 기밀 수준을 고려할 때 정보기관 근무자들은 인사관리처 이메일에 답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X에 “이미 좋은 반응이 접수됐다. 이들은 승진 후보자로 고려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답변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