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특례 ‘금쪽이 전공의’ 만들어”
“수련시기 놓치면서 잊힐 수도”

전공의 집단 사직 탓에 올해 입영대상자 수요를 초과하면서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 3372명이 최대 4년간 분산 입대해야 하는 ‘입영 대란’을 겪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행정소송 등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선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 시기를 놓친 채 개원가를 전전하다가 ‘잃어버린 세대’로 잊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문화일보 2월 20일자 10면 참조)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수련 이후로 군 복무를 연기하는 ‘입영 특례’를 받는 전공의는 108명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 3372명을 올해부터 최대 4년간 군의관 등으로 순차적으로 입대시키기 위해 훈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의협은 소송전을 예고했다. 이날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개정안에 대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올해 원하는 사람은 모두 입영하거나, 의무사관후보생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 사병으로 입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철회, 수련·입영 특례 등 유화책을 수차례 제시하면서 ‘금쪽이 전공의’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정부가 ‘의대 자율 증원’까지 해 주는 셈인데 사직 전공의들도 더는 명분이 없다”며 “이들은 제대로 수련 받지 못한 채 개원가만 전전하다가 ‘잃어버린 세대’로 잊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B 교수는 “전공의들 행태는 정부로부터 백기투항을 받아내기 위한 어깃장의 연속일 뿐”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기준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레지던트 9222명 중 의료기관 일반의 재취업자는 5176명이다. 재취업자 중 40.6%(2099명)는 인기과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개원가로 몰렸다. 상급종합병원에 재취업한 전공의는 88명(1.7%)에 그쳤다. B 교수는 “전공의들이 경증 위주 진료가 이뤄지는 개원가에서 어떤 걸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해당 분야 중증 환자에 대해 적절한 처치도 못 하는 의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