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채취·이식 등 시술때만 가능
주변시선에 남성 사용 더 어려워

지방 소도시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부터 서울로 상경해 난임치료를 받다가 계속된 시술 실패에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A 씨가 사는 도시에는 난임 시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 상경이 불가피한데, 회사에서는 직원 중 난임 휴가를 신청한 전례가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중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난임 시술을 하려면 병원에 6번은 가야 하는데, 난임 휴가 사용은 난자 채취·이식 때만 사용할 수 있다”며 “난임 병원 진료와 시술을 받으려면 최소 이틀은 필요해 연차를 다 소진해도 휴가가 부족해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난임치료 휴가 기간을 연간 3일(유급 1일)에서 6일(유급 2일)로 늘렸지만, 영세사업장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은 여전히 난임치료 휴가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 노동자 중 난임치료 휴가 사용률은 21.3%에 불과하고, 39.7%는 난임치료 과정에서 퇴사를 경험했다고 밝혀 현장에서는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남성 난임환자들은 휴가 사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난임 치료를 받은 환자 중 남성 난임 환자는 전체의 35.4%인 약 9만 명에 달한다. 40대 남성 B 씨는 “난임 병원에 다니는 게 회사에 소문나면 위축될 것 같아 개인 연차를 썼다”며 “남성도 호르몬 치료나 고환 채취술을 받게 되면 휴식이 필요한데, ‘남자가 왜 휴가를 쓰냐’는 시선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세사업장에서도 대기업·공공기관만큼 난임 휴가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인식 및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