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압박 등에 늦어질수도”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가운데, 본격적인 북한군 송환을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2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북한군 포로 송환을 위한 제반 사항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로가 된 북한군이 귀순 의사를 밝히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만큼 조만간 우크라이나 당국과 포로 송환에 대한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리 체르냐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대변인은 지난 21일 “한국의 국정원 및 특수부대와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지금처럼 파병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북한군이 전쟁포로로 인정받는 것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통상 포로의 자격을 갖추려면 해당 군인이 전쟁법을 위반하지 않고,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군 조직의 일원으로서 지휘 계통을 따르면 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은 누가 봐도 러시아군의 지휘를 받으면서 정규군처럼 전쟁에 참여했다”며 포로 자격을 주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포로가 대거 ‘한국행’을 요청할 경우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소 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파병 규모를 볼 때 추후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 포로가 더 등장할 수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북한군의 북한 송환’의 반인권적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다만 북·러 군사 협력이 견고해지면서 종전협상 과정에서 포로 송환 문제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공산이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사용하는 탄약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이 포로 송환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시영 기자 si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