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갑자기 문 닫은 北 24일 오전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 취안허통상구에 북한으로 가려는 중국 관광객들이 짐을 들고 모여들고 있다. 북한이 이날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입국을 불허하면서 단체관광 재개는 무산됐다.

■ 5년만의 관광재개 무산위기

중국인 10여명 北 나선 여행
北차량·가이드 등 제공하기로
여행사 “허가 안나…지켜봐야”

2020년 코로나로 국경 봉쇄
한달전 비즈니스 관광만 허용

훈춘 = 글·사진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이 중단된 지 5년여 만인 24일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단체관광 재개 자체가 무산될지 주목된다. 북한과 러시아 밀착으로 악화하던 북·중 관계가 최근 개선될 조짐을 보여온 만큼 단체관광 재개 여부에 따라 양국 관계가 개선 물살을 탈지, 냉기류를 탈지 가를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중국 여행사 즈싱허이(知行合逸)는 최근 중국인 10여 명이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 나선시 관광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나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아직 (북한 측)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조금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가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경을 봉쇄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한 지난해부터 러시아 국민에 한해 관광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러시아군 수백 명을 북한 요양원에서 회복하도록 무료 지원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 단체관광은 재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이날 훈춘(琿春) 취안허(圈河)통상구에서 출발하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3박 4일 일정으로 나선시로 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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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북한 현지 관광 전용차량과 중국어 가이드 등을 제공받고 김일성화·김정일화 온실, 미술 박물관, 나선학생소년궁, 부포오리목장, 굴포해수욕장 등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단체관광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다만 훈춘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북한 개별 관광 및 비즈니스 여행은 이뤄지고 있다.

이날도 100명 이상의 중국인이 개별적으로 북한으로 향했다. 이에 북한 측은 양국 간 관계가 아직 단체관광을 허용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북·중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조·중(북·중) 우호의 해’를 선언했지만 폐막식도 열지 않았을 정도로 양국 관계는 악화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급)은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 왕야쥔(王亞軍) 주북한 중국대사와 회동하는 등 최근 들어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외무성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대사를 찾아가 만난 사실이 공개된 것은 1년도 넘을 정도로 오랜만의 일이다. 지난 6일 왕 대사가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을 평양에서 배웅한 것을 두고도 의미 있는 신호라는 평이 나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시작되면서 미·러 간 우호 관계가 만들어질 것에 대비한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단체관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북·중 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경제적·군사적 이득을 얻어내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훈춘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더불어 북·중 교역의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국경이 맞닿아 있어,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한때 무역·물류·관광 거점으로 급부상했으나 이후 대북제재,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경기침체를 겪었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훈춘 시내 곳곳에는 경기 악화로 짓다가 만 폐건물이 다수 눈에 띄었고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