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해외 마약상 총책이 텔레그램으로 범행 가담자를 모집하는 장면. 부산세관 제공

텔레그램 한 통에 마약 조직원 변신… 얼굴도 모른 채 지시 수행
우편으로 받은 마약,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 영화 같은 범행
부산세관, 추가 수사로 여죄까지 밝혀… 마약 7.1kg 국내 유통 차단
마약 총책, 무등록 가상화폐로 대가 지급… 수사망 피해 조직 운영
텔레그램 ‘고액 알바’에 속아 범행 가담… 젊은층 마약 유입 경고

부산=이승륜 기자



세관이 합성대마 등 마약류 7.1kg을 밀수·유통한 20대 청년 2명을 검거한 데 이어, 추가 수사로 여죄까지 확인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해외 마약상의 ‘고액 알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세관은 마약 밀수에 가담한 통관책 A(여·20대) 씨와 유통책 B(20대) 씨를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구속 송치됐으며, B씨는 올해 1월 불구속 송치됐다.

부산세관은 지난해 5월 미국발 고농축 액상대마 700g이 인천공항세관에서 적발되자 이를 추적해, 수취 예정이었던 A씨를 검거했다. 이어진 조사에서 A씨가 과거 베트남발 합성대마 4.5kg과 미국발 액상대마 700g을 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자택에서 마약 소분 흔적이 발견됐으며,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마약을 우편으로 수령한 뒤 국내 모처에 뿌려두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마약은 유통책이 다시 수거해 특정 장소에 숨겨두거나 버려두면, 구매자가 이를 찾아가는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됐다. 세관은 유통책 B씨를 추적해 베트남발 합성대마 1.2kg을 경기도 수원 등에 유통한 사실을 밝혀냈다. B씨는 부산세관이 범인으로 특정한 시점에서 이미 경찰에 의해 유사 범행으로 검거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부산세관 수사관들이 부산 동구 소재 아파트에서 찾아낸 합성대마 1.2kg. 부산세관 제공

또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통관책이 총책의 지시를 받고 베트남발 합성대마 1.2kg을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 숨겨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신속히 압수했다. 해당 마약은 약 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며,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총책에게 지시를 받았다. 총책은 텔레그램으로 행동을 지시하고, 대가는 추적이 어려운 무등록 가상화폐 환전상을 통해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SNS를 통해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 거래가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해외 불법 마약류의 국내 반입을 엄중히 단속하고, 밀수 조직 검거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