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덕본(正德本) ‘삼국사기’ 권22~권26, 1책. 코베이옥션 제공

삼국시대 연구의 기본사료로 여겨지는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가 경매에 출품된다. 문화예술 경매회사 코베이옥션은 ‘제273회 프리미엄 온라인경매 삶의 흔적’이 다음 달 5일 개최된다며 ‘삼국사기 정덕본(正德本)’의 일부와 신소설 장르의 창시작으로 여겨지는 이인직(1862∼1916)의 ‘혈의루(血─淚)’ 재판본 등이 출품된다고 24일 전했다.

삼국사기는 현존하는 한국 고대사의 최고(最古) 역사서로, 김부식(1075∼1151)이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삼국시대 역사를 기전체로 편찬한 책이다. 본기 28권(고구려 10권, 백제 6권, 신라ㆍ통일신라 12권), 지 9권, 표 3권, 열전 10권 등 총 5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국사기의 초간본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가장 이른 판본은 13세기 후기에 간인된 목판본으로 성암고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성암본’이다. 그밖에 목판본으로 중종 7년(1512)에 간행된 완질본이 있는데, 정덕(正德) 연간에 간행되어 정덕본이라 불린다. 현재 옥산서원 소장본과 성암본이 완질본으로 전하고 있다. 옥산서원본은 1573년경에 인출된 것이고, 성암본은 정덕본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인출된 것이다. 두 완질본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다.

이번 코베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삼국사기는 정덕본(正德本)의 일부다. 완질본 총 50권 9책 중 권22∼권26에 해당하는 내용이 1책으로 묶였다. 코베이옥션 측은 "옥산서원본과 비교했을 때 16세기 후반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908년 경성 광학서포에서 발행된 한국 최초의 신소설 이인직의 ‘혈의루’ 코베이옥션 제공

지난해 2월 2억5000만 원에 낙찰되며 모두를 놀라게 한 이인직의 ‘혈의루’가 다시 한 번 경매에 등장한다. ‘혈의루’는 이인직이 1906년 ‘만세보’에 장편소설로 연재했던 것을 1908년 단행본으로 발행한 것이다. 초판 발행 1년 만에 재판을 찍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일병합 직후 발행불허처분을 받아 현존하는 수량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한국문학 연구의 중요 사료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출품된 것도 지난해 출품된 것과 동일하게 재판본이며 코베이옥션 측은 "2024년 경매에 나온 작품보다 보관 상태가 훨씬 좋다"고 밝혔다. 이인직의 또 다른 대표작도 공개된다. 1908년 유일서관에서 발행된 연극 신소설 ‘치악산’ 초판본이다. 치악산은 본문 형태가 ‘대화체’로서 창극으로 개작해 무대에 올려진 ‘은세계’와 유사하다. 그동안 거의 전본을 찾아볼 수 없었던 작품이다. 이외에도 백석의 유일한 시집 ‘사슴’ 초판본도 출품된다. 사슴은 초판 인쇄본이 100부밖에 되지 않는 희귀본이다. 백석은 1936년 선광인쇄를 통해 시집을 자비로 찍었고, 당시 문인들은 백석의 시집을 어렵게 구해 서로 돌려 읽었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백석을 흠모했던 윤동주 시인도 고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사슴을 빌려 직접 베껴 쓴 후 필사본을 간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초판본의 1936년 당시 가격은 2원이었으며, 경매 시작가는 9000만 원이다. 경매 출품작들의 실물은 오는 28일부터 경매일인 5일 12시까지 서울 종로구 코베이옥션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