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X 캡처.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사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이 5개월여 만에 대대적으로 치러졌다. 특히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 대형 경기장으로 몰린 수십만 인파 위로 이스라엘 전투기가 저공비행 하면서 한 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와 그의 사촌 하심 사피에딘의 장례식이 이날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의 대형 경기장에서 열렸다. 사피에딘도 지난해 10월 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다. 헤즈볼라 새 수장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날 장례식에서 방송된 TV연설에서 "폭군 미국이 우리나라를 통제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며 "저항은 끝나지 않았고 이스라엘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노란색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레바논 의회 의장과 대통령, 총리 등도 2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했다. 헤즈볼라는 경기장 외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생중계했다. 또 장례식이 열리는 지역의 주요 도로를 폐쇄하고 베이루트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을 4시간 동안 중단하는 등 철저한 보안 조처를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레바논 무장정파 전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장례식이 열린 대형 경기장 위를 저공비행하는 이스라엘 전투기들. X 캡처.

그러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베이루트 상공과 해당 경기장 위를 저공비행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군기가 나스랄라 장례식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절멸시키겠다고 위협하고 공격하는 자는 누구든 종말을 맞게 되리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장례식이 전후 몇 시간 동안 레바논 남부와 동부에서 공습하기도 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