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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가서 전통 건축물 앞에 서면 보이는 건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화려한 궁전, 영주성, 성당의 풍경이다. 이는 일본과 중국에 가도, 이슬람과 인도, 그 밖에 다른 문명권에 가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상적인 전통 건축물 앞에 서면 뒤쪽에는 산이 하늘 높이 웅장하게 솟아 있고 좌우로 뻗어 나간 산세와 앞쪽에 부드럽게 솟아난 산이 폭 감싸주는 느낌이다. 건축물 자체는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이 전혀 없고 아담하고 담백할 뿐이다.

좁게는 중국·일본, 넓게는 세계의 모든 문명권을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높이와 크기, 화려함의 정도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특징이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고, 이는 산이 많은 자연환경에 순응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알프스나 히말라야의 높고 험한 산과 달리 순하고 부드러운 우리나라의 산을 닮으려는 노력이 축적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든 세계의 다른 문명권이든 앞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풍경에는 모두 하늘이 있다. 이 하늘은 자연인가 아닌가? 당연히 자연인데, 언제부턴가 자연에서 하늘을 제거해 버렸다. 그러고는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물만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다른 문명권에서는 그러지 않았던 것처럼 우기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건축물에만 자연인 산과 산줄기가 배경으로 들어가 있어, 한국 전통 건축물의 특징이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자연에 하늘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세계의 모든 문명권에서 하늘은 자연계는 물론 인간 사회를 만들고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으로 여겼고, 하늘의 권위와 연결된 지상의 건축물은 어떻게든 하늘과의 관계를 다양한 상징으로 조화롭게 만들어 내야 했다. 건축물의 풍경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