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더 빠르게”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다음 달이나 그보다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 빨라진 ‘車·반도체 관세’

트럼프, 법인세 15%로 인하추진
부족한 세수, 관세로 확보 속내
“美서 제품 만들면 관세 없을 것”
해외기업 對美투자 재차 압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당초 예고와 달리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3월이나 그전으로 앞당기고 나선 것은 협상 압박을 높이는 동시에 본격적인 감세 정책 추진에 앞서 부족해질 세수 만회를 위해 관세 수입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다음 달이나 그보다 이른 시일 내에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도 자동차 관세 발표 시점을 4월 2일로 재확인했는데 하루 만에 부과 시점이 빨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의약품 등 다른 품목의 관세 부과 발표도 연쇄적으로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 시점 앞당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감세 정책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표를 앞당기겠다는 발언 이후 “공화당 의원들과 협력해 개인과 기업의 세금을 대폭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우리 재정에 수조 달러를 가져올 것”이라며 감세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를 관세로 확보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균형 예산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이미 정말로 놀라운 것으로 나타난 관세 수입 때문”이라며 관세와 감세를 연관시킨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생산자들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감세와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에 유가 안정을 위해 방출했던 전략 비축유를 신속히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관세와 감세 발언을 동시에 하면서 감세 정책에 따라 관세 발표 시점도 덩달아 앞당겨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앞서 공화당 하원은 지난 12일 향후 10년간 4억5000만 달러를 감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감세에 시동을 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기인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감세안을 통해 법인세를 15%로 추가로 낮추고 팁에 대한 세금과 사회보장세, 초과 근무에 대한 세금을 없애는 등 기업과 가계에 대한 감세 폭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기업의 국내 신규 공사 건설자금 전체를 비용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할 뜻을 드러냈다. 세금 인하로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독려하는 한편 관세 인상에 따른 가계 물가 부담을 동시에 덜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