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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나선 2030’ 심층분석 - <중> ‘에코체임버’ 빠진 ‘SNS 네이티브 세대’

유튜브 등 국내 서비스 맞물려
10·20대때 접하며 ‘언론’ 간주

친남 - 친여 취향 맞는 공간 선택
성 대립·정치적 성향 등 달라져

“정치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는데, 디시인사이드 글과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야당이 폭주해 비상계엄까지 오게 됐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지난 15일 광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난 A(남·27) 씨는 “기존 언론 뉴스는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게이트키핑’ 없이 날것을 전달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스스로 ‘팩트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광장 여론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은 2030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기존 신문,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유튜브,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와 특정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만난 2030 청년들은 특정 의제를 공론화하며 여론을 만들어가는 유튜버, 트위터리안 등 ‘인플루언서’ 역시 언론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또 성별로 즐겨 찾는 온라인 공간이 나뉘면서 ‘성 대립’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30 “SNS도 언론” = 2030 세대는 주요 SNS와 같이 성장하며 SNS 공간에서 또래문화를 만들어온 ‘SNS 네이티브(원어민)’ 세대다. 유튜브와 엑스는 올해 각각 탄생 20주년·21주년을 맞는다. 2030 세대와 또래인 셈이다. 두 플랫폼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는 각각 2008년·2011년으로, 이들이 10∼20대일 때와 맞물린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밈(유행)’을 주도했던 디시인사이드와 다음·네이버 카페 등이 이들이 모이는 주 커뮤니티가 됐다. 그리고 청년들이 주목했던 주요 이슈 때마다 이곳의 여론은 이들의 ‘대표 입장’이 되곤 했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도 크다. 탄핵 정국에서 주목받은 일부 보수 정치 유튜버와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페미니즘 트위터리안이 대표적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20대 남성 B 씨는 “탄핵 반대 집회는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다. 기성 언론이 전하는 사실과 광장 여론이 달라 뉴스 시청을 관뒀다”며 “부정선거 의혹 등 언론이 전하지 않는 소식을 ‘신남성연대’ 같은 유튜버가 잘 전달하고 있고, 그들의 말을 따라 집회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는 김모(여·25) 씨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 이슈는 언론이 잘 안 다루는 반면, 길티아카이브 등 트위터리안은 여성 의제를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며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모(여·27) 씨도 “SNS는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부분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영향력 크지만 선동 경계해야” = SNS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을 청년세대의 ‘대리만족 매개체’로 보고 있었다. ‘딥페이크 피해 학교 리스트’ 등을 만들며 2030 여성의 주목을 받은 ‘길티아카이브’ 계정 운영자 C(여·20대) 씨는 “2023년 12월 ‘남성 비하’ 논란을 가져온 손동작 ‘집게손’ 논쟁 당시 이를 풍자하는 게시글을 올리니 순식간에 팔로어가 1만 명 늘었다”며 “이후에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여혐 문제’ 등을 풍자하니 팔로어가 12만 명까지 늘었었는데, 많은 젊은 여성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독자 20만 명의 유튜브 채널 ‘나라사랑청년정치TV’ 박태현(남·33) 대표는 “시민 인터뷰를 할 때 정치에 대해 시원하게 비판하는 대목이 나오면 채팅창 반응이 달라진다”며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것에 매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2030 세대의 뉴미디어 이용 경향이 이들의 성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C 씨는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라 생각해 폐쇄적인 성별 인증형 커뮤니티나 좋아하는 아이돌 등 같은 취향으로 뭉친 여성들이 포진해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들어간다”며 “남녀가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다르다 보니, 남성들은 남성 문화가 짙은 ‘디시인사이드’ 같은 곳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논하고 여성들은 친여성 커뮤니티에서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탄핵 찬성 집회 등을 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단편적 정보로 여론을 선동하려는 유튜버들이 일부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만큼 책임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린아·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