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출발점은 집회·결사 및 표현의 자유 보장이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당대의 진보적 사상가였던 볼테르의 말이 지금도 통용되는 이유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여는 ‘세이브 코리아’ 측이 15일 오후 5·18 민주광장에서 ‘국가비상기도회 및 시국대회’ 집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불허했다고 한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광주 광산갑)은 추천 장소로 ‘광주 광역위생매립장(쓰레기 매립지) 주소’를 소개하는 식으로 조롱하기까지 했다.

물론 광주 지역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이 이른바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촉발됐음을 고려하면,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5·18 광장에서 여는 것을 찬성하긴 힘들다.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장소를 옮기도록 하는 게 옳다. 실제로 광주시는 ‘5·18 정신 계승 기본조례’에 근거해 승인하지 않았고, 주최 측은 인근 금남로로 개최지를 옮겨 1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매도하고 모욕하는 일이다. 계엄 선포는 잘못이지만, 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상당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40%대에 달한다. 광주의 탄핵 반대 시위든, 대구의 탄핵 찬성 시위든 지역 주민 다수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보장하는 게 당연하다. 정치인들의 선동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물론, 망국적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는 일이 될 수 있다. 강 시장은 “극우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 대표라면 몰라도 시장으로서는 과한 표현이다. ‘광주 정신’의 본질도 열린 민주주의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에 앞장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