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규모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 위탁사업에 대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전문가 중심의 감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실제 민간사업위탁비 관리 감독 부실로 소중한 세금이 새어나가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에서는 관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보조금 10억 원을 빼돌려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한공회는 서울에서도 이런 허술함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2년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례안에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에 대한 ‘회계감사’를 ‘검사’로 변경하고 회계사뿐 아니라 세무사도 이를 검사할 수 있는 검사인으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조례 개정안의 부당함을 대법원에 제소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민간위탁사업비에 대해 회계감사를 하는 것은 부정 사용액을 환수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간이 ‘검사’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운열 한공회 회장도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한 그동안의 관리·감독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