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대장동 로비’ 1심 징역 7년

“50억 언급, 약속으로 볼 수 없어
딸과는 경제공동체 아니다”

변협회장 선거자금 수재 인정
향후 관련 재판 영향줄지 주목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개발 로비를 지원하는 대가로 50억 원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면서 남은 수사와 재판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김동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총 1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 전 특검의 여러 혐의 중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양 전 특검보를 거쳐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로부터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중형을 선고하는 강수를 뒀다.

재판부는 “양재식이 남욱에게 3억 원을 요구하고, 김만배가 이를 보고받아 지급한 점이 인정된다”며 “사적 이익을 위해 청렴성·공정성과 일반의 신뢰를 훼손했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반면 2014~2015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우리은행으로부터 1500억 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를 발급받는 데 도움을 준 대가로 5억 원을 받고 50억 원을 약정받았다는 혐의에는 “5억 원을 가질 의사가 없었고 50억 원을 확정적으로 약속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50억 원 언급이 구체적 약속이 아니라 핑계를 대기 위해 한 발언이 확대재생산됐다는 법정 증언 등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특검이 딸을 통해 11억 원을 받은 혐의에도 “딸과 박 전 특검은 경제공동체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박 전 특검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검찰은 곧장 항소할 전망이다. ‘50억 클럽’은 법조계·언론계·정계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송을 돕는 대가로 김 씨 등으로부터 거액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