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AP뉴시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다시 샐러리캡(연봉총액제한) 도입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7일(한국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MLB 구단주 회의에서는 샐러리캡 도입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샐러리캡은 부자 구단이 돈을 앞세워 최고의 선수들을 독점하면서 팀 간 기량 차이가 벌어져 결과적으로 리그의 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시행되고 있다. 샐러리캡은 선수 몸값의 지나친 상승, 구단의 적자를 예방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MLB는 현재 샐러리캡 제도의 일종인 ‘사치세’를 운영하고 있다. 사치세는 일정 기준을 넘어선 구단에 제재금을 부과하는 제도. 그러나 그동안 많은 구단이 이를 아랑곳하지 않았고, 최근엔 연봉 지급 유예 방식으로 사치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에 스몰마켓 구단 등에서는 전력 균형을 유지를 위해 샐러리캡을 도입해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샐러리캡 도입 문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A 다저스의 선수 싹쓸이에 대한 우려가 결정적 계기. 다저스는 지난해 12월 오타니 쇼헤이(7억 달러)와 야마모토 요시노부(3억2500만 달러)를 영입한 데 이어 2025시즌을 앞두고 블레이크 스넬, 사사키 로키 등 슈퍼스타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원조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의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도 5일 YES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다저스의 투자 행보에 우려를 전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빅리그 모든 구단주가 비용 억제를 위해 샐러리캡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티모어의 신임 구단주인 데이비드 루빈스타인은 지난달 세계경제포럼에서 야후 파이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야구도 NFL, NBA처럼 샐러리캡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도 7일 구단주 회의를 마친 뒤 "팬들로부터 샐러리캡 도입을 촉구하는 이메일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경계심을 갖고 주시해야 할 사안"이라며 샐러리캡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와 토니 클라크 MLB 선수협 노조위원장.AP뉴시스

그러나 샐러리캡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선수들의 반대를 이겨 내야 한다. 현재 선수들은 샐러리캡 도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토니 클라크 선수협 노조 위원장은 성명에서 "실제로 샐러리캡이 ‘경쟁적 균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 "샐러리캡은 항상 일방적인 관계"라고 평가했다.

지난 1994년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샐러리캡 도입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고, 선수노조는 1994년 8월부터 1995년 3월까지 232일 동안 파업했다. 당시 948경기가 열리지 못했으며, 1995년엔 파업 여파로 시즌 개막이 연기됐고, 팀당 162경기에서 18경기 줄어든 144경기를 치렀다. 또 2022년 3월엔 당시엔 구단과 MLB 사무국, 선수들이 부유세 기준을 놓고 대립하다 개막을 연기했고. 99일간의 직장폐쇄로 이어졌다. 당시 최종적으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의 새로운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MLB 사무국이 선수협의 현행 노사협약은 2026년 12월에 만료된다.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은 MLB가 샐러리캡 도입을 강행할 경우 2027시즌 전체 혹은 일부가 파업으로 무산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