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점령 구상’에 반발
일각선 전쟁 재개 관측도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이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물론 이주 대상국으로 지목된 아랍 국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에 최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2단계 휴전 및 인질·수감자 교환 협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대변인 압델 라티프 알카누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인종차별적인 입장은 우리 국민을 몰아내고 우리 대의를 없애라는 이스라엘 극우파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정치국도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앞서 가자 주민들의 이주 대상국으로 지목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영토를 합병하려는 그 어떤 시도와 활동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주 대상국이자 휴전협상 중재국이기도 한 카타르 외교부도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가자 주민 이주) 논의는 시기상조다”라고 밝혔다.

하마스와 아랍 국가들의 거센 반발에 일각에서는 지난 3일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2단계 휴전 협상이 좌초돼 전쟁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가자지구·서안지구 합병을 원하는 이스라엘 내 극우파를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하마스 역시 무력 사용을 통해 해당 계획에 저항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황금 무선호출기(삐삐)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삐삐 폭탄’ 작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작전이었다”는 말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날 이스라엘은 미국에 이어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탈퇴하기로 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