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네타냐후와 함께… 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첫 외국 정상 간 회담을 가진 가운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가자 장악” 밝힌 트럼프

팔 주민 영구적으로 타지 이주
美 강경추진땐 중동긴장 고조

“가자해안 투자가치 높아 보여”
사위 쿠슈너의 발언 채택한듯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그간 미국의 중동 정책과 확 달라진 구상을 내놨다.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된 가자지구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영구적으로 다른 중동 지역으로 옮기고 가자지구는 미국이 장기간 소유·장악해 개발하는 방안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게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영구적 이주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거칠게 밀어붙일 경우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장녀 이방카의 배우자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가자지구 해안가 부동산은 매우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며, 이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할 것”이라며 “우린 이곳을 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슨 권한으로 가자지구를 장악하겠냐는 질문에는 “난 이것을 여러 달 동안 매우 긴밀히 연구했고, 모든 다른 각도에서 봤다”면서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화했고 그들도 이 구상을 매우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점령 및 장기 소유의 법적 근거가 취약한 만큼 이에 대한 언급 대신 이 같은 구상이 즉흥적인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다듬은 계획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북한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의 해안 지대 콘도 개발을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점령 의사를 밝히면서도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연안 인기 휴양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불안정한 공존을 했던 상황을 해소하고 대신 미국이 나서서 지역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형식의 ‘미국우선주의’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터를 닦고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인근 중동 지역으로 영구 이전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들이 왜 (가자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겠느냐? 그곳은 지옥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사람들이 가자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자로 가면 사람들이 결국 죽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이들의 영구 정착 지역으로 요르단과 이집트를 꼽았는데, 두 나라 모두 이 같은 트럼프의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지역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 같은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난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난 다른 국가들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방안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두 국가든, 한 국가든, 어떤 다른 국가든 그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이는 삶을 살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가자 전쟁 휴전 후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이스라엘이 원하는 방안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