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新 중동 구상’ 파문

“장기 소유하며 부지 개발할 것”
바이든 ‘두국가해법’ 폐기 의도
가자지구 내 미군 배치 전망도

사우디 “美 중동 구상에 반대”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싸우다 휴전에 들어간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사실상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을 폐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내 미군 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며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해 “죽음과 파괴의 상징”이라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가면 수십 년간 계속된 폭력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이들을 요르단과 이집트 등 다른 국가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요르단과 이집트 등 아랍 5개국이 가자 주민 이주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영구 점령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난 장기 소유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난 이게 중동의 그 지역, 어쩌면 중동 전체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을 장악하고 개발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