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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트럼프 시대’- (2) 외교안보 정책 이끌 마가 파이터

루비오·왈츠 ‘안정적 인물’ 평가
트럼프에 정책 맞춰오던 강경파
파나마 운하 해결책 등 찾아내며
中·러 견제·압박도 이어갈 전망

대사·특사 추진력 강한 ‘충성파’
나토엔 휘터커로 ‘갈등도 불사’
日대사도 지명했지만 韓은 미정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안보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유럽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거나 과거에 비해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곳은 거리를 두는 반면, 미국의 앞마당에서는 패권을 확대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세계의 경찰’ 역할은 사실상 포기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적’(敵)들이 준동하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는 등 양면성이 깔려 있다. 외교 안보 라인에 ‘미국 우선주의’를 추종하는 충성파들로 채운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을 통해 한국과 일본 등에 대중 압박의 중요한 역할과 함께 나토처럼 방위비 분담 비중을 늘리는 등 이중의 과제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구상을 실현할 강경파 투톱 =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건건이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으면서도 외교 안보 정책 책임자로 자신에게 충성하는 연방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국무장관 지명자)와 연방 하원의원 마이크 왈츠(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택했다. 다만 트럼프 인사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하는 미국 조야도 이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줄 정도로 안정적인 인물들이다. 또 이들은 모두 강경한 대중국 매파다. 루비오 지명자는 상원의원 당시 중국의 인권탄압을 강하게 비판하고 중국 기업에 기술 수출 규제, 블랙리스트 적용 등을 적극 지지해 왔다. 왈츠 내정자는 “중국과 냉전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투톱’을 통해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외교정책 구상을 실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를 중국군이 운용 중이라며 포문을 연 이상 루비오 지명자와 왈츠 내정자는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사람 모두 수년에 걸쳐 자신들의 외교 정책 관점을 트럼프 당선인에 맞추려고 시도해 왔다”고 평가했다. 루비오 지명자는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 당선인과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으나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화해한 뒤 외교 안보관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루비오 지명자는 향후 나토 등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의 최전선에 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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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대장’들로 채운 대사·특사 =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정책은 각국 대사들과 특수한 임무를 부여받은 특사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대체로 트럼프 당선인이 신뢰할 수 있는 ‘충성파’이자 추진력 있는 인사들을 배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대사에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퍼듀 전 의원은 중국과의 협상과 협력의 끈을 놓지 않는 인물로 평가되지만 연방 상원의원이던 2018년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총통에게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 나토대사에 매슈 휘터커 전 법무장관 대행을 지명한 것은 동맹과의 관계 설정도 재검토하겠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을 포함한 진영 내에서 나토 주요국들이 국방에 있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충성파’인 휘터커를 통해 나토회원국에 대한 압박 혹은 일부 동맹과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반면 주유엔 대사에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열렬한 충성파인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을 임명한 것은 유엔으로 상징되는 국제질서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반감과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보다 강한 지원 의도가 깔려있다. ‘2개의 전쟁’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정리하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키스 켈로그 전 미국 육군 중장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트럼프 당선인과 사적으로도 가까운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지역 특사로 임명했다. 켈로그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강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중대사에 퍼듀 전 의원, 주일대사에 대중강경파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지명했지만 주한대사는 여전히 미정이다. 일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아직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이 크게 실리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