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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엄마’ 금자役 배우 강애심

“SNS 팔로어 얼마나 늘었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참여한 배우들이 듣는 단골 질문이다. 시즌1 참여 배우들의 팔로어는 수백만 명이 쌓였고, 시즌2 공개 직후 용식 역을 맡았던 배우 양동근은 “눈떠보니 15만 명이 늘었더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초연한 이도 있다. 용식의 엄마 금자 역을 맡은 배우 강애심(62)이다.

‘오징어게임 시즌2’(오겜2) 오디션 제안을 받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내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는 강애심은 양동근과 첫 대본 리딩을 마치고 의상을 맞추면서 “‘정말 출연하는 거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귓속말하는 포즈를 취하며) 남편에게만 ‘이런 의뢰가 왔어’라고 작게 말했다”고 엄살을 부렸다.

시즌2 공개 직후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지시에 따라 짝을 짓는 ‘둥글게 둥글게’ 게임에서 아들과 헤어진 후 재회하는 장면은 시즌2의 백미로 꼽힌다. 시종일관 초연한 표정으로 아들과 주위 사람들을 보듬고 보살피는 ‘K-엄마’ 금자에 대해 그는 “금자는 성모마리아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대단한 명예심으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아들이 우선인 엄마일 뿐”이라며 “그런 금자의 모습을 보며 이병헌이 ‘저 장면은 ‘붉은 수수밭’의 공리 같다’고 해준 말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오징어게임2’에서 강애심이 연기하는 금자(가운데)는 철없는 아들 용식(왼쪽)과 임신 중인 준희를 살뜰하게 챙긴다.

1981년 연극으로 데뷔한 강애심은 지금도 연극배우가 천직이라 믿고 있다. 40여 년간 탄탄하게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은 황동혁 감독의 눈에 띄었다. 강애심은 “연극에서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를 연기한 적이 있다. 그 작품에서 17분간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황 감독님이 제 레퍼런스를 체크하다가 그 영상을 봤다고 하더라”면서 “제가 할머니를 연기한 게 그 작품밖에 없기 때문에 그 작품을 보며 황 감독님이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시즌1 공개 후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남자조연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듯, 시즌2를 통해 ‘강애심’이라는 이름 석 자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오는 6월 시즌3가 공개되면 그 관심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SNS는 정말 안 만들 계획인가?” 다시 물었다.

“아들(양동근)이 앱도 깔아줬는데 아직 용기가 없어요. ‘할머니 나오면 지겹다’는 댓글도 있던데, 제 SNS에 올라오는 별의별 이야기를 소화시킬 능력도 없고요.(미소) 그래도 ‘이분 에미상 탈 것 같다’는 댓글은 읽기만 해도 감사했어요. 하지만 ‘오징어게임’ 이후에도 제 인생은 별로 달라질 게 없어요. 다행히 인생을 많이 산 다음에 이런 기회가 와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네요.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죠. 저에게 최우선은 여전히 연극입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