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핫팩 등 방한용품 중무장
항공기결항·지방도로 16곳 통제
서울시, 첫 동파경계 발령 내려

9일 오전 서울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면서 이번 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쳤다. 바람까지 세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졌다. 시민들은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채 극한 추위를 뚫고 출근길에 나서야 했다.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이날 오전 서울 최저기온(동작구 기상청 관측소 기준)은 영하 12.6도, 체감온도는 영하 19.9도까지 떨어졌다. 기상청은 10일에도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안팎으로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도 영하권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주말인 11일 수도권 지역은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12일을 기점으로 평년 기온을 회복해 14일까지 기온이 점차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출근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방한용품을 총동원해 꽁꽁 싸맨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건설사로 출근한다는 김효빈(30) 씨는 “오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고 해서 패딩, 털모자, 두꺼운 목도리를 껴입고 나왔다”며 “광화문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인데, ‘고통의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묘앞역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이모(35) 씨는 “내의, 기모 바지, 장갑, 두꺼운 롱코트를 챙겨 입고 나왔는데도 추워서 버스 기다리는 게 힘들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영등포시장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정재성(45) 씨는 “평소에 쓰지 않는 털장갑까지 끼고 나왔는데도 추워서, 핫팩을 새로 사 양쪽 주머니에 하나씩 넣고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 점주 A 씨는 “어제 퇴근길부터 한파에 대비하겠다며 핫팩을 사 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오늘 오전 한 시간 동안 5명의 손님이 핫팩을 사 갈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 올겨울 첫 ‘동파 경계’ 발령이 내려지면서 동파에 취약한 다세대 주택 거주자들은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기준 계량기 동파 4건 등 신고가 접수됐다. 세대 간 수도가 연결돼 있는 다세대 주택에 산다는 유정현(27) 씨는 “한 집이라도 수도가 얼면 전체가 단수돼 어젯밤 베란다에 있는 수도관을 헌 옷과 걸레로 칭칭 감은 뒤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살짝 틀어놨다”며 “혹시 몰라 미리 빨래도 돌렸다”고 말했다. 구축 빌라에 산다는 최영순(64) 씨는 “지난주 냉수 수도가 얼어 고생했다”며 “이번엔 나름의 비책으로 주방 싱크대는 온수로, 화장실 수도는 냉수로 틀어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남부지방에서는 폭설로 인한 사고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폭설로 인해 제주 항공기 2편이 결항되고 전남·충남·전북 등 지방도로 16곳이 통제됐다. 지난 8일 오후 8시 20분쯤 전북 군산시에서는 강풍과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한 상가 간판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되기도 했다.

김린아·정철순·조언·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