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81회 임시회 본회의.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캡처

상임위 통과한 동의안, 본회의서 1표 차 부결…내년 말 광교 분양 차질 예상
정부·서울시도 지분적립형 사업에 힘 실어…“내 집 마련 꿈 꺾지 말라”


김동연 경기지사의 대표적 주택정책으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을 경기도의회가 석연찮은 이유로 막아서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정기적으로 적금을 납입해 목돈을 만드는 것처럼, 수분양자가 원가 수준의 분양가격으로 최초 주택 지분의 일부(10~25%)만 취득해 거주하면서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부결시킨 도의회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2일 경기도와 GH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제38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광교A17 블록 공공주택 사업 신규 투자사업 추진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을 시작하겠다는 GH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광교 A17 블록 공공주택 사업’은 광교신도시 내 옛 수원법조타운 부지인 A17 블록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240호(전용면적 60㎡ 이하)와 일반 분양주택 360호(전용면적 60~85㎡)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사업 동의안은 지난 16일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도시환경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다른 상임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형(화성5) 도의원이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신청해 발언한 이후, 표결에서 재석 의원 83명 중 41명이 찬성하고 42명이 반대 또는 기권해 1표 차이로 안건이 부결됐다. 김 도의원은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실시한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67로 나왔다. 도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김세용 GH 사장은 동의안이 의결되기도 전인 작년 9월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을 먼저 알리는 등 도의회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개념도. 문화일보 자료 그래픽

이에 대해 GH 관계자는 “수익성이 아닌 공공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GH의 주택사업 대부분의 B/C는 1 미만일 수밖에 없다”라며 “도의회 의결 전 신규 사업 계획을 도민에게 알리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고,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의지를 선언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의회의 부결 결정으로 광교 A17 블록 지분적립형 주택 사업은 지연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3기 신도시에 계획한 지분적립형 주택은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추가 과세를 제외하고, 입주자를 선정할 때 청년 특별공급도 신설할 예정”이라며 GH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공급에 주력했던 서울시도, 올해부터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쪽으로 정책 방향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교신도시는 교통·교육 여건이 좋고 경기 남부 주요 업무지구와도 가깝기 때문에 청년·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주거지다. GH의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한 30대 경기 도민은 “자금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에게 광교신도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할 기회를 주는 사업이 도의회의 몽니로 좌절된 걸 이해할 수 없다”라며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많은 이들의 꿈을 도의회가 꺾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