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요청하면 위약금 폭탄도
구제신청 70%는 보상 못받아

80대 A 씨는 지난 5월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최신형 휴대전화를 무료로 받아 저렴한 요금에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휴대전화 할부원금 31만8000원이 30개월 할부로 청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해당 대리점에 항의했지만, 대리점 측은 휴대전화 대금이 무료라고 한 적은 없다며 발뺌했다.

최근 고령자를 중심으로 대리점 측 구두설명만 믿고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설명과 다른 계약조건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만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의 이동전화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542건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전체 피해자 중 만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15%를 웃돌며, 이동전화 서비스는 고령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에서 매년 상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사업자가 설명한 가입 조건과 계약서 내용이 다른 ‘계약불이행’이 33.2%(180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 해지를 요청하자 위약금을 과다 부과한 ‘계약해제·해지 위약금’ 19.4%(105건), 소비자 동의 없이 유료 부가서비스를 가입시키는 ‘부당행위’ 17.2%(93건), 계약 취소 요청을 거절한 ‘청약 철회’ 11.4%(62건) 등이 뒤를 따랐다.

고령자가 계약단계에서 자세한 약정사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할인 혜택과 같은 구두 약정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아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동전화 서비스 신규 가입 시 기존보다 요금이 저렴하다는 설명과 달리 더 비싼 요금이 청구되거나 기존 계약의 해지 위약금을 사업자가 부담하기로 했음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 입증이 쉽지 않아 구제를 신청한 10명 중 6∼7명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입 시 구두 설명과 계약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할인 혜택 등 약정사항이 제대로 기재됐는지 확인하고 계약서를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