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9일 100세의 나이로 별세한 지미 카터(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이 1979년 3월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안와르 사다트(왼쪽) 전 이집트 대통령, 메나헴 베긴(오른쪽) 전 이스라엘 총리와 손을 맞잡고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평화 협정 체결을 축하하는 모습. X 캡처.

중동전쟁을 중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바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별세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중동국가들도 일제히 애도 성명을 내놨다. 다만 ‘역대 가장 반이스라엘’ 성향을 보인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는 카터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는 모양새다.

3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X에 짧은 글을 올려 전날 별세한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인 이집트 간의 첫 번째 평화 협정을 중재한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을 기억할 것"이라며 "해당 조약은 반세기 동안 유지됐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도 희망을 준다"고 적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내용 외에 다른 내용을 덧붙이지 않았는데,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이 짧은 애도 글이 카터 전 대통령과 역대 이스라엘 지도자들 간의 불편한 관계를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족을 탄압한다며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카터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역대 가장 반이스라엘적 성향을 가진 미국의 전 대통령으로도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카터 전 대통령이 생전인 지난 2015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그와의 만남을 피한 바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카터 대통령에 대한 애도와 함께 그의 업적을 추켜세우고 나섰다.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카터 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자결권을 인정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며 그가 불의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고 표현했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족 탄압이라는 현실을 고발했고, 전쟁과 폭력보다 평화라는 가치를 수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터 전 대통령의 유산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