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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심보감’ 완역본 출간…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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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파 많은 세상이라 처신하기 어렵지만 처세하는 자세만은 느긋하게 가져야 한다. 온갖 일은 무엇이든 서두르다 잘못되니 이 마음은 모름지기 평정을 유지해야지.”

혼란하고 풍파 많은 이 시대에 평탄하게 사는 처세의 길을 안내하는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다. 최근 ‘명심보감’ 완역본을 출간한 한문학자 안대회(사진) 성균관대 교수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꼽은 명심보감 속 문장. 시대를 초월해 인생 속 고난을 마주하는 자세를 안내하는 명심보감은 그에게 말 그대로 ‘명심’(明心), “마음을 밝히는 책”이다.

“항상 적군과 대치하고 있듯이 닥칠 위험을 생각하고 항상 외나무다리를 건너듯이 마음을 써야 한다.” 최근 전화로 만난 안 교수가 꼽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또 다른 구절은 명심보감 7장 존심 편에 등장하는 ‘사림광기’ 속 격언이다. 어떻게 시의적절한 문장을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이리 쉽게 꼽을 수 있을까. 그 이유를 묻자 안 교수는 “청나라 시대 이후에 명심보감이 통속적인 책으로 여겨져 지식인들 사이에서 읽히지 않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아시아의 생활 태도와 인생관, 처세가 한데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명심보감은 ‘논어’와 ‘맹자’, 아동교육서인 ‘태공가교’ 등 160여 종에 달하는 명저에서 가져온 격언, 그리고 당대 떠돌던 속담까지 한데 모아 총 774편의 글을 수록했다. 안 교수는 “당대의 처세에 관해 이 정도로 많은 속담을 발췌한 책은 없다”며 “중국에서조차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위대한 속담집”이라고 표현했다.

‘채근담’과 ‘해동화식전’ 등 동양의 고전에 새로운 모습을 부여해온 안 교수는 이번 완역 작업을 통해서도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대표적인 것이 ‘추적 저자설’. 최근까지도 고려 문신인 추적이 명심보감의 저자로 잘못 알려졌는데 그는 “저자인 범입본은 무명의 지식인으로 중국에도 기록이 많지 않다”며 “이 때문에 과거 책을 필사한 추적을 저자로 착각한 것이 널리 퍼졌다. 이를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에만 600종 이상의 초략본과 번역본이 출간된 ‘명심보감’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읽히는 고전이 됐다. ‘논어’보다 앞서 서양에 소개된 최초의 중국 책이지만 어느덧 중국에서는 ‘서민의 책’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됐고 수많은 아류의 책들 사이에 묻혔다. 안 교수는 “중국에서는 명심보감 외에도 비슷한 종류의 책이 많이 출간됐다”며 “그 가운데 ‘석시현문’이라는 처세 책은 명심보감을 원문으로 한 책인데 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말하자면 원본보다 복제품이 더 잘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통속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철학적이기보다는 문학적인” “절절하고 전달력이 있어서 마음에 한 발 더 다가가 위로가 되는 고전”이라고 반박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것이 사실이죠. 명심보감에서는 그런 인간의 마음이 선하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인간의 마음이 어떤 욕망으로 차 있고 잡념으로 차 있는지를 알고 그럼에도 그 마음을 안은 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이 안에 있는 거죠.”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