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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내년 1월 집권 2기가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부채 한도(debt ceiling)’가 아킬레스건(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집권 2기가 시작되자마자 많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채 한도에 발목을 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채 한도’란 미국 연방 정부가 질 수 있는 누적된 빚의 법적 상한선을 뜻한다. 부채 한도는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결정한다. 행정부가 무한대로 빚을 내서 돈을 쓰지 못하도록 의회가 빚을 낼 수 있는 최고치를 정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채 한도를 다 채우면 연방 정부가 더는 빚을 내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부채 한도는 현재 31조4000억 달러(약 4경6000조 원, 2021년 12월 16일 설정)다. 2000년까지만 해도 5조 달러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계속 높아져 현재는 3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12월 23일 기준, 미국의 총부채는 36조1900억 달러(재무부 통계)로 이미 부채 한도를 넘어섰다. 부채 한도를 초과했지만, 아직 미국 행정부가 돌아가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공화당) 하원 의장이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월까지 유예하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미국의 부채 한도가 상한선을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내년 1월 2일 ‘메디케어’(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건강 관련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연방신탁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비(非)시장성 채권의 대규모 상환이 예정돼 있어 단기적으로 부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당장 내년 초에 미국이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어차피 미국의 부채 한도 초과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부채 한도는 1960년 이후 78번이나 상향 조정됐다. 2000년까지만 해도 5조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 31조 달러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이나 한국의 정부 빚이 계속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권이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 것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표(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부채 한도 폐지나 인상을 요구했지만, 의회에서 가로막혔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에는 별문제 없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채 한도 문제가 미국 경제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