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퓨리오사AI의 AI반도체(신경망 처리장치·NPU) 2세대 레니게이드 제품. 퓨리오사AI·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기정통부·IIPT, 2024년도 우수성과 발표
AI·양자 기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 기반
디지털 분야서도 국가인프라의 신뢰도 제고
"내년에도 성과 이어지도록 성장엔진 가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인공지능전환(AX) 시대의 디지털 대변혁을 이끌 기술 혁신에 대한 ‘올해의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우수성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R&D 투자를 통해 발굴된 올해의 우수성과는 국가 경제와 사회의 미래를 변화시킬 우리 디지털 기술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29일 과기정통부와 IITP에 따르면 올해 ICT R&D에는 약 1조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가 진행됐다. 또 이를 통해 도출된 올해의 우수성과는 인공지능(AI) 반도체·AI·양자 등 ‘게임체인저 분야’와 차세대통신·전파 및 사이버 보안 분야의 ‘디지털 인프라(기반시설) 분야’, 디지털 기술 혁신의 가치를 입증한 ‘디지털 융합 분야’ 등 크게 3가지 혁신 분야로 정리된다.

◇‘상용화 박차’…게임체인저 분야 = 과기정통부 등은 이날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PIM(프로세스 인 메모리) 핵심기술개발 등 대규모 R&D사업을 통해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카이스트 등 국내 대표기업과 대학이 독자적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리벨리온은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풀스텍(Full Stack·반도체에 칩 사용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하는 솔루션)에 기반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개발했다. 또 퓨리오사AI가 개발한 추론용 NPU(신경망 처리장치) 반도체 ‘레니게이드’는 AI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미국 엔비디아의 ‘L40S’ 대비 최대 60% 이상의 높은 전성비(전력 대비 효율 성능)와 2배 낮은 가격을 실현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반도체 원천기술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카이스트의 PIM 반도체 설계센터는 올해 3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적용한 ‘상보형-트랜스포머 AI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엣지(단말) 디바이스에서 언어 생성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GPT-2 모델을 400㎷의 초전력만을 소모해 구동하는 등 AI 개발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엔비디아의 A100 반도체 대비 사용전력은 625배, 칩 면적은 41배 작은 AI반도체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 AI 반도체 분야 기술적 진보는 고성능과 저전력을 모두 충족하는 NPU의 글로벌 기준을 제시했다"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주목받는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코알라(KOALA)’와 다른 이미지 생성형 AI의 이미지 생성 속도 비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2022년부터 착수된 사람중심 AI 기술개발, 한국어인공지능모델개발사업 등 민·관 협력 R&D를 기반으로 국내 산·학·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 오기도 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올해 이룬 성과에 관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와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미래 AI분야 세계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강건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코알라(KOALA)’는 경량화된 모델로,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동시에 AI 분야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 우수한 품질을 입증했다. 또한 국내 AI기업인 테디썸의 ‘블로썸’은 효율적인 학습 방법론을 통해 의료 리포트 생성에 있어 정확성과 해석 가능성 측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였다. 블로썸은 특히 AI 분야 세계 최고 학회인 뉴립스(NeurIPS)와 컴퓨터 비전·패턴인식 학술대회(CVPR)에 게재되는 등 국내 AI 연구 역량과 기술력의 글로벌 위상을 입증한 바 있다.

양자 분야에서의 기술 선도 가능성도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69억 원이 투입된 양자인터넷 핵심원천기술 개발 등 지속적 투자의 결과, 올해부터 양자통신과 센싱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양자얽힘 전송 실험 장비(왼쪽)과 양자중력센서 모형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세계에서 3번째로 16.4km의 실제망에서 양자정보 전송에 성공하는 한편 올해 9월 ETRI는 100km 이상 장거리 ‘양자얽힘’ 분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현하며 본격적인 양자 인터넷 시대를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 양자얽힘은 두 개 이상 양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얽힌 양자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태가 연결돼 있고, 이 때문에 하나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하나의 상태도 거리와 상관없이 즉시 변하게 된다. 이런 양자역학을 원리로 해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양자컴퓨터이기도 하다.

◇디지털 인프라·융합 분야도 ‘글로벌 수준’ = 올해에는 차세대 통신·전파 기술을 활용한 국내 통신장비의 해외 시장진출 가능성도 확인됐다. 국내 장비업체인 쏠리드는 정부의 방송통신산업기술개발 R&D 참여를 통해 분산형 안테나시스템 중계기(DAS)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에 해당하는 14%를 확보하며 영국(런던 지하철), 독일(도르트문트), 프랑스(올림픽 스태디움), 스페인(카탈루냐 축구장)에 DAS 솔루션을 수출했다. 또 쏠리드는 오픈랜(O-RAN,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기지국 장비끼리 연동할 수 있는 표준화 기술) 기반 프론트홀 게이트웨이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오픈랜 핵심기술을 확보, 국내 국제공인시험소(K-OTIC) 1호 인증, IITP 주관 기술 교류회 등을 통해 이달 미국 전기통신정보청(NTIA)의 오픈랜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줬다.

또 다른 장비기업인 유캐스트는 ETRI와 5G 스몰셀을 공동 개발해 지난해 1월 브라질 기지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인도와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업체는 최근 호주 방산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도 국내 사이버 보안 기술이 세계의 인정받고 있다. 다크웹에 특화된 생성형 AI 언어모델인 다크버트(DarkBERT)를 개발한 ㈜에스투더블유는 다크웹 내 사이버범죄 수사지원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AI 보안 플랫폼인 ‘시큐리티 코파일럿’과 기술을 협력하는 한편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과도 공조 중이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개발한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거래소 간 사용자 식별 기술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적용된 후 현재 30개국 120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상태로 처리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분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핵심원천 기술인 ‘동형암호 원천기술’을 개발한 서울대와 크립토랩은 IBM의 동형암호 기반 AI 분석 소프트웨어 적용 등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도 실감 콘텐츠 관련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실시간·고품질 시각특수효과 기술을 확보하며, K-한류를 주도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K-콘텐츠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는 실시간 홀로그램 R&D를 통해 최고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외 영화·드라마 제작에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2023년 말에는 해외 수출 300만 달러를 달성했고 , 올해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 2024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 & 글로벌 OTT 어워즈(ACA&G.OTT)에서 베스트 디지털 시각특수효과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K-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홍진배 IITP 원장은 "AI와 AI반도체,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과 같은 디지털 기술은 AX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물론 생존을 좌우할 핵심 주권기술"이라며 "R&D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성과로 연결하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도 "디지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성장엔진"이라며 "2025년에도 ICT R&D의 우수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기관이 손잡고 산·학·연과 원팀이 돼 성장엔진을 적극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