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계엄 당일 수도군단에
‘구금시설 비워달라’ 요청 의혹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언론인·판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체포 계획이 담긴 것과 관련해 구금시설 마련과 운용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과 달리 정치인 등을 체포하고 구금하기 위한 구체적 조처들이 취해졌다는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3일 백철기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수도군단은 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부대 내 구금시설을 비워달라며 미결수용수 이감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부대 중 하나다. 특수본은 백 단장을 상대로 방첩사로부터 이감 관련 요청을 받았는지와 실제 이행 준비를 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계엄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B1 벙커에 체포자를 구금할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계엄 당시 정치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 지시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면서 수방사뿐 아니라 인근 부대의 구금시설도 추가 점검하거나 체포자 수용 장소로 검토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전날 노 전 사령관의 자필 수첩에 국회 봉쇄 및 정치인 등 주요 인물 신병 처리 방안이 메모 된 사실을 공개했다.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동조합·판사·공무원 등이 ‘수거 대상’으로 표현됐고, 이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처리할지에 대한 방법이 적혔다. 주요 요인 ‘수용’ 시설로는 수방사 영창, 평소 탈북민 조사에 쓰이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심리전단 건물 등도 거론된 바 있다.

정선형·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