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빙어축제가 열리는 강원 인제군 남면 빙어호에 물이 가득차 있다. 인제군은 얼음낚시터 등 축제장 조성이 어려워지자 지난 시즌에 이어 내년 1월 17일 개막 예정인 빙어축제의 2년 연속 취소를 결정했다.

‘인제 빙어축제’ 2년 연속 무산 등 존폐 우려 커
고온·잦은 비에 얼음 낚시터 등 축제장 조성 애로
“눈·얼음 위주 축제 탈피 지역문화 연계 재편 필요”


인제=글·사진 이성현 기자



“빙어호(湖)에 물이 많아 축제장을 만들 수 없는데,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강원 인제 빙어축제의 2년 연속 무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소양강댐 상류에 있는 인제군 남면 빙어호는 물이 가득 차 예전 축제가 열렸던 곳이 어딘지 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호수 한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축제를 열고 싶어도 수심이 너무 깊어 살얼음조차 얼지 않는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19일 강원도와 시군에 따르면 지난 시즌 화천 산천어축제, 태백산 눈축제, 평창 송어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등 강원도 주요 겨울축제에 방문한 관광객만 266만 명 이상으로 개최 시군은 쏠쏠한 지역 경제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겨울철 이상 고온 현상 등으로 얼음과 눈에 의존하는 겨울축제가 존폐 위기에 몰리며 ‘눈 없는 눈 축제’ ‘얼음 없는 얼음축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겨울축제의 원조로 불리는 인제 빙어축제가 대표적이다. 인제군은 지난 시즌에 이어 내년 1월 17일 개막 예정인 빙어축제의 2년 연속 취소를 결정했다. 축제 장소인 빙어호에 얼음 낚시터를 조성하려면 소양강댐 수위가 183m 이하로 유지돼야 가능한데, 지난가을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현재 만수위(193.5m)에 근접한 190.5m를 기록하고 있다. 인제군 관계자는 “축제장 조성을 위해서는 7m가량 수위를 낮춰야 하는 데 물을 빼는데 만 2개월 정도 필요해 현실적으로 축제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제군은 지역대표 축제가 존폐 위기에 놓이자 대안으로 여름축제를 꺼내 들었다. 빙어축제는 기후 여건이 맞을 때만 개최하는 대신 여름 휴가철 빙어호에서 캠핑과 수상레저, 문화공연이 함께하는 새로운 대표축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인제 빙어호에 물이 가득찬 모습.

올해 초 축제에서 홍천강이 얼지 않아 송어 얼음낚시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은 홍천강 꽁꽁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홍천군은 내년 1월 18일 개막을 앞두고 얼음이 얼지 않아도 강 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구조물인 부교 낚시터 설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 최근 기상 통계를 기초로 매년 1월 초 개막하던 일정도 2주가량 미뤄 문을 열기도 했다.

일본 삿포로(札幌) 눈꽃축제, 중국 하얼빈(哈爾濱) 빙설 세계대전, 캐나다 윈터 카니발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 중 하나로 꼽히며 지난 시즌 150만 명을 유치한 화천 산천어축제 역시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랫동안 축적된 결빙 노하우로 얼음 낚시터 조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2020년 축제 당시 폭우로 화천천에 얼음이 얼지 않아 파행을 겪은 사례가 있어서다. 화천군은 얼음을 얼리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보트 낚시, 좌대 낚시 등 대안 프로그램을 검토하며 축제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영심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겨울축제가 관 주도로 진행되다 보니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 마련이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며 “얼음과 눈 위주의 축제에서 탈피하고 이미 구축된 축제 브랜드를 지역 문화와 엮어 재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 겨울축제는 오는 27일 개막하는 평창 송어축제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