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불응에 이어 계속 침묵
김용현 “불법수사” 진술거부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공조수사본부 등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법수사”를 주장하며 진술 거부에 나서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이 ‘수사지연 전략’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조수사본부는 “전날 대통령실 총무 비서관실에 보낸 출석요구서는 ‘미배달’, 대통령 관저는 ‘수취 거부’로 반송됐다”고 밝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오는 21일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특수본은 지난 11일 15일 오전 10시에 출석해달라는 1차 소환통보를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불응했다. 특수본에 이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도 윤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게 오는 18일 출석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직무정지 상태라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 공조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보낸 출석요구서 역시 수취 거부로 반송돼 윤 대통령이 소환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경찰 압수수색 역시 공무상 기밀장소에 해당한다며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이 ‘특수통’으로 알려진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대표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할 계획인 점도 향후 수사에 만만찮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사건 등을 지휘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도 지냈다. 변호인단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3차장 등을 거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급물살을 타던 비상계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윤 대통령에 앞서 김 전 장관은 전날 구속상태에서도 특수본 조사를 거부했고 강제소환 역시 불발됐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이 불법수사를 하고 있다”며 일절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관련자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김 전 장관의 구속 기한을 28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다. 김 전 장관을 시작으로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관계자들이 줄줄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는 점도 향후 법적 대응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에 이어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이 모두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 법조계에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달리 법원 심사과정에서 한 발언이 곧장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불출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 진술을 재판에서 뒤집는 방식으로 지연책을 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선형·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