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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투자은행(IB)들이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대 수준으로 속속 낮추고 있다. 대외 여건 악화에 정국 불안마저 더해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최악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0일 금융권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주요 IB들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5∼1.7% 수준까지 떨어졌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전망치를 1.8%에서 1.6%로 낮춘다”고 밝혔다. JP모건과 노무라증권은 1.8%, 1.9%를 각각 전망했으나, 비슷한 시기 1.7%로 하향했다. 미국 관세 압력 등 수출 악화 때문에 조정한 것인데, 최근 정국 불안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하지만, 하방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성장세가 나타났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지금은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으로 대외 여건도 나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긴장 고조로 파업 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원화 자산 선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계엄·탄핵 사태 이전에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최저 1.5%까지 전망된 상태여서, 이번 사태에 따른 여파가 우리 경제에 본격 반영될 경우 1%대 초중반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국 경제는 내수가 큰 타격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던 지난 2016년 4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2%로,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8%)을 크게 밑돌았다.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2017년 1분기 GDP 성장률은 1.1%로 올랐지만, 민간소비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