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축분·대체 공급처 확보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올해 말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분한 가스 비축량과 대체 공급처 확보에 성공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11일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EU가 러시아산 가스의 단계적 (수입) 중단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대부분 차단했는데,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와 맺은 계약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우렌고이 가스관을 사용해 유럽 일부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었다. 이 계약이 올해 12월 31일 만료되는데 EU가 가스프롬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심슨 집행위원은 “회원국들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운송협정 만료에 대비해왔다”며 “유럽의 에너지 공급 안보에 어려움을 일으키지 않고도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올겨울 난방 수요에 대응할 만큼 가스 비축분이 충분하다”며 “대체 공급처도 찾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EU는 러시아산 가스 전면 제재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슨 집행위원은 러시아산 LNG 수입 금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제재가 없는 한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합법적으로 수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한편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를 포함한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오고 있다. 전쟁 전인 2021년 러시아산 가스는 EU 전체 수입량의 45%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18%로 줄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