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연금 적자 커져 세금 투입
저소득 기초연금은 40만원으로

전문가들은 정부가 21년 만에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그동안 정부가 공언했던 전면적인 연금 ‘구조개혁’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 등 직역 연금의 심각한 재정적자로 세금이 계속 투입되는 만큼 순차적으로 보험료율을 높이는 등 관련 구조개혁도 단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번 정부안에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 연금에 대한 개혁안이 제외됐다. 당초 정부는 21대 국회 폐회를 앞둔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모수개혁안에 대해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이번 개혁안에 정부의 구조개혁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다층 연금제도 구축이 연금 구조개혁의 핵심이지만 퇴직연금에 대해 ‘장기적 의무화’를 명시했을 뿐 시행 시기도 못 박지 않았다.

특히 공무원·군인 등 직역연금과 연계한 개혁안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다.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적자상태다. 사학연금도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직역연금에 투입되는 예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군인연금에 각각 6조6071억 원, 3조4169억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사학연금과 국민연금까지 더하면 정부 재정 투입은 11조462억 원으로 늘어난다. 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4대 공적 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액이 3년 뒤에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칙대로면 이번 연금 개혁안에 직역연금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직역 연금의 적자가 심한데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를 높이는 등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연금 제도가 도입되던 시기에 견줘 고령화가 빨라져 당시 기준·방식대로 하면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구조개혁까지 다룰 여지는 남아있다.

한편 정부는 2026년부터 저소득 노인(기준 중위소득 50%)의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최빈곤층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삭감되던 문제는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권도경·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