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소액이라서 포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오는 10월 첫 시행 예정인 가운데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5명 중 2명가량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고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보험금 청구 포기 비중이 현저하게 높은 이유는 자동으로 처리되는 전산화가 안 된 탓에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증빙 서류를 챙겨 매번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9일까지 실손보험 보유 계약 건수 상위 5개 보험사 가입자 1500명(1년 이내 보험금 청구 경험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21일 밝혔다. 상위 5개 보험사는 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 등이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중복)의 37.5%(562명)는 병원 진료 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포기 사유로는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소액이어서’가 80.1%(450명)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귀찮거나 바빠서’ 35.9%(202명), ‘보장 대상 여부가 모호해서’ 13.9%(78명) 등 순이었다. 최근 1년 이내 소액 보험금 청구 포기 경험자는 410명이었다. 조사 대상 중 1∼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했으나 4세대로 전환하지 않은 인원은 1310명이었다. 이들 중 53.4%(700명)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의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보험계약 전환제도’를 몰랐다. 나머지 610명은 전환제도를 알지만 변경하지 않았다. 이유로는 ‘전환 유불리를 잘 몰라서’(28.5%), ‘과거에 가입한 보험이 더 좋다고 알고 있어서’(26.9%) 등이 꼽혔다.

조사 대상 5개 보험사의 종합만족도는 5점 만점에 3.62점이었다. 특히 실손보험 서비스 상품과 관련해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지급’(각 4.11점)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보험료 수준’(3.55점)은 최저점이었다. 설문 전체 응답자 중 19.5%(293명)는 실손보험 이용 중 불만·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