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병원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업체들의 참여 저조로 10월 시행되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작업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의료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10월 시행 혼란 예고

EMR업체 55곳중 13곳만 참여
보험개발원 개발비 등 지원 불구
업체는 “유지비 등 유인책 필요”

“국민 편익 막아서는 안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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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의무화되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도입이 지연되는 데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업체들이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EMR 업체는 병원 내에서 환자 진료·검사 정보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운영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 구축 작업은 병원과 EMR 업체가 함께 신청해야 하는데 EMR 업체들은 시스템 유지관리비 지원 등 사업 참여에 보다 많은 유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참여한 상급의료기관은 모두 자체적으로 EMR 시스템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낮은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상용 EMR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상용 EMR 업체 55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13개다. 이들 업체가 관리하는 병원은 542개로 전체 대상 의료기관(4235개)의 12.8% 남짓이다. 대형 EMR 업체가 이번 전산시스템 구축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EMR 업체들은 별도의 시스템 유지관리 비용 등이 지원되지 않으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할 유인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EMR 업체 관계자는 “보험개발원 전산시스템에 참여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도 “고객사(병원)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요청할 경우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인 민간업체와 EMR 시스템을 연동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도입 EMR 업체에 프로그램 개발비 1200만 원과 설치비 10만~15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핀테크 기업의 경우 청구 건당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MR 업체들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도입으로 특별히 수익이 나지 않는 반면 시스템 관리 비용만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연간 실손 보험금 청구 건수가 1억 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당 100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부과해도 연간 1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MR 업체가 민간 핀테크사와 제휴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민간업체의 경우 개별 병원 및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실손보험 청구 대행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은 국민 3997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병원을 방문해 진단서와 영수증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보험금이 미청구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와 국회는 보험업법을 개정, 병원이 전송대행기관(보험개발원)을 거쳐 보험사에 보험금 서류를 전자 방식으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0월 25일부터 모바일 앱을 통해 의료비 증빙 서류 전송 및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당초 금융위원회의 구상이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