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법원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건설 일용직 숨기고 보험 가입…사고로 사망
"보험가입 기간에 직업 바뀐 것 아니므로 계약 해지사유 안돼" 판단
법원 "보험사가 제한 없이 해지권 행사할 우려"



직업을 속이고 사망보험을 든 사실을 보험사가 뒤늦게 알았더라도 보험 가입 중 직업 변동이 없었다면 유족에게 사망 보험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가입 시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고지 의무’와 가입 중 중요 변경사항을 알려야 하는 ‘통지 의무’를 구별하지 않으면, 보험 계약자가 보험사로부터 중복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 A 씨의 유족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사망보험에 가입하면서 ‘사무원’ 등으로 기재했다. 그가 2021년 7월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하자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통지 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사고 위험이 적은 직업으로 속인 것에 대한 보험사의 해지권은 기간을 넘겨 소멸된 상태였다.

1심 재판장을 맡은 나경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보험계약 기간 중 직업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가입한 직업과 다르더라도 통지 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다"라며 "보험 약관상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경합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본다면 보험 계약자가 제재도 중복적으로 받게 되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또 "보험사는 제한 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보험 계약자가 언제든지 보험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