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야당은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정치 공세에 나섰고, 사람들은 금리 인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정부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피하고 문제 해결은 외면했다. 문재인 정권이 파탄 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고비 때마다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들었다.

정부가 강조한 정책 방향의 첫 주제는 소상공인과 서민 지원이다.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 지원 3종 세트와 비용 부담 완화, 그리고 온누리 상품권 사용처와 가맹점 확대 방안을 내놨다. 첫 줄부터 식상하다. 지난해에도 서민 대상 금융 3종 세트가 나왔고, 이전에도 유사한 정책이 있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정부가 효과 없다고 결론 내린 정책이고, 비용 부담 완화는 공기업들의 부채를 늘려 시장 금리를 올리는 부작용이 있다. 모두가 미봉책에 불과하다. 효과 없는 미봉책은 부실을 키우고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게 된다.

두 번째 주제는 물가 안정과 생계비 경감 과제지만, 1970년대 물가 대책의 느낌을 준다. 과거 정부에서 내세웠던 통신비 인하는 단통법 개정으로 변경했을 뿐 이미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난 정책이다. 세 번째 주제는 건설투자 등 내수 보강이다.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늘리거나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연내에 소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정책이다. 자동차 소비 촉진을 위해 또 3종 세트 정책을 내놨다. 정부가 보조금을 뿌려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좋겠지만, 이런 정책이 경제를 회복시킬 가능성은 없다.

네 번째 주제는 잠재리스크 관리다. 잠재리스크 관리 대책도 변죽만 울렸다. 정부는 미분양 등 사업성이 떨어져 부실화한 PF의 정리는 대주단에 미루고 유동성 공급과 같은 미봉책만 고집하고 있다. 수술 요법이 절실하다.

정부가 미봉책에 매달리는 것은, 통화 당국이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을 쓰면서 구조조정에 실기했고, 문 정부가 만든 부실을 해결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봉책으로 경제를 방치하면, 성장 기회도 사라진다.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경제 주체들이 동참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수출과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생산 등 반도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역의 발전과 유관 산업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으로도 돈이 풀리고 물가가 올라가는 판에 금리 인하 얘기는 시기상조다.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한 경기 부양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서민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민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되찾고,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정책만이 미래를 보장한다. 고령화와 저성장의 해법은 출산율 제고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과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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