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응급실 앞 애타는 환자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에서 내원객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 “2000명 철회” 강경입장 고수

“통일안으로 협의” 尹 제의 거부
의료계 “달라진게 없다” 반발만
정부 처분 나설땐 총파업 우려

전공의·의대생 자체 설문 결과
“복귀 조건은 증원 백지화”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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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담화에서 의료계에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한 합리적인 통일안 제시를 요구하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숫자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는 유연한 입장을 냈지만 의료계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개원의 모두 ‘2000명 증원 철회’만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원칙 대응에서 한발 물러나 대화 여지를 둔 건 처음이지만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그치지 않고 대화에 문을 닫은 채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장기화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10 총선 전후로 의·정 대화가 진전되지 않고,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나선다면 의사단체의 총파업으로 이어져 의·정 대치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통일안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협의 가능성을 열었다. 의료계는 실망감을 토로하면서 의·정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료계 주장이 반영되지 않고 의대 증원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식 입장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어제의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대국민담화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실망스러운 담화”라고 밝혔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료계의 단일한 입장은 항상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였다”면서 “그렇게 돼야 전공의도 돌아오고 의사들도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이번 담화로 전공의들의 생각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파행은 총선 이후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개원의들도 각자 병원 상황에 맞춰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비교적 조용히 있었던 개원의들도 이제 행동에 나서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전공의·의대생들은 여전히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4일간 전공의·의대생을 대상으로 ‘젊은 의사 동향조사’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581명 중 96%가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감축(64%) 혹은 유지(32%)’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 수련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가장 많은 93%가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를 꼽았다.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는 34%가 ‘없다’고 답했다. 류 전 대표는 “(대통령이) 비과학적이고 일방적인 2000명 증원을 고수하겠다고 하셨다”며 “슬프게도 이런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공의와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전수한·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