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선거 치르랴, 재판 출석하랴 이재명(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총선 압승땐 대통령 탄핵 시사

정권 심판론 부각 시키기 위해
남미 좌파 포퓰리즘 폐해 감춰

비명횡사 대해 “공천혁명” 자찬
“더 세게 했어야 했다” 발언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 도피 출국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쌍특검 및 1 국정조사’ 추진을 놓고 “국가 최고 책임자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총선 압승 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총선에 내 정치적·생물학적 목숨이 달렸다”고 밝히면서 선거 이후 윤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친야 성향의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출연해 “이종섭 사건은 ‘워터게이트’를 넘어서는 국기 문란이자 헌정 문란 행위”라며 “국가 권력을 체계적으로 범죄에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쌍특검 및 1 국정조사에 대한 총선 전 처리를 공식화했으나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두고 협력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총선 이후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유세에서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중도 해지” “회초리로 안 되면 해고” 등의 발언을 쏟아낸 이 대표가 다시 한번 우회적으로 탄핵 가능성을 거론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어 “지금 우리는 생존 투쟁을 하고 있고, 역사적 분수령을 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처럼 잘살던 나라가 정치가 후퇴하면서 망했고, 브라질도 7대 경제 강국이었다가 갑자기 추락한 건 사법 독재와 검찰 독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더 퇴행하지 않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권 심판론 부각을 위해 중남미 국가의 몰락 원인을 ‘좌파 포퓰리즘’이 아닌 ‘검찰 독재’로 왜곡한 셈이다. 이 대표는 총선 유세 와중에 재판 일정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내 손발을 묶겠다는 검찰의 정치적 의도”라며 “묶어놓고 때리면 재미있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비명(비이재명) 학살’이라는 비판을 받은 공천과 관련해선 “교체된 현역 의원 69명 중 경선으로 바뀐 사람이 41명”이라며 “당원과 국민의 공천 혁명”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더 세게 했어야 하는데 (반발에 대한) 불안 때문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한민수 후보가 친명(친이재명)이라는 이유로 서울 강북을 재경선에서 배제돼 가슴이 아팠는데 결국 공천을 받아 빚을 갚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조국혁신당에 대해선 “민주당이 담지 못하는 것을 담는 새로운 그릇이고 우군이 많은 것은 좋다”면서도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1당 또는 과반이 돼야 한다. 합리적 주권 행사를 부탁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정 갈등 중재를 놓고는 “반발을 확 키운 다음에 확 제압하고 누군가 나서서 ‘6·29 선언처럼 확 해결하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구나’라고 예측할 수 있다”며 “장관·차관·총리는 다 어디 가고 그걸 왜 여당 비대위원장한테 맡기나. 너무 웃기고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나윤석·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