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송병선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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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10월 매주 월요일의 오후 7시, 부에노스아이레스 82번지 건물의 1층에서는 강연회가 열렸다. 탱고의 기원과 변천을 포함해 탱고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하는 네 번의 강의, 강연자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빛나는 지성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였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강연 녹취본이 2002년에야 홀연히 한 스페인 소설가에 의해 발견된다. 이후 보르헤스의 아내 마리아 코다마의 증언을 포함한 검증을 거쳐 그의 목소리가 맞는 것으로 밝혀진다. 사후 30년이 지나서야 책으로 나온 그의 강연집 ‘탱고’가 우리말로 최초 번역됐다.

“‘아르헨티나의’라고 밝히면 이 세상 어디에서든 두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고, 사람에 해당하는 단어 하나와 음악과 관련된 단어 하나가 연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단어는 바로 ‘가우초’와 ‘탱고’입니다.”

보르헤스의 말처럼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정서를 가득 머금고 있는 탱고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무형 유산이다. 하지만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처음부터 탱고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겼던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보르헤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탱고의 기원을 파고든다.

탱고는 ‘변두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변두리는 사창가를 의미한다. 탱고가 사창가에서, 그곳에 드나들던 ‘건달’과 ‘창녀’가 추던 춤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탱고 추길 꺼렸다. 그럼에도 탱고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가득 채우게 된 것에 대해 보르헤스는 사창가에 드나들던 ‘부잣집 도련님’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아르헨티나의 사창가에서 배운 탱고를 프랑스 파리에 가져가 유행시켰고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뒤 다시 아르헨티나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이후 강의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탱고의 변천을 꼼꼼히 짚는다. 이 책이 더욱 특별한 것은 당대 최고의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보르헤스이기에 탱고의 증거들을 각국의 문장 속에서 찾아낸다는 것이다.

보르헤스의 삶은 질병과 정치적 탄압으로 굴곡졌다. 그렇기에 그는 1960년대의 아르헨티나를 긍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탱고만은 과거 아르헨티나의 용기와 행복, 도전 정신을 온전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르헤스의 작품 속에 빠지지 않던 탱고의 비밀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될 책장을 열어봐도 좋을 것이다. 200쪽, 1만7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