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텅빈 실습실 전공의, 의대생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 결의를 하는 등 집단행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의 한 의대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윤성호 기자

■ 10조 투입… 수가제도 전면개편

수술·입원 저평가된 수가 높이고
영상·각종 검사 등은 낮춰 조절
2년마다 평가한 뒤 수가 재조정
과잉진료 막고 ‘필수’ 보상 초점

정부가 생명과 직결돼 고난도·고위험을 감수하는 필수의료를 제대로 보상하기 위해 현행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현행 수가제도는 온콜(전화대기) 등 환자 치료를 위한 대기시간과 수술 난도 등 필수의료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환자를 수술할수록 손해를 보게끔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10조 원 이상 투자한다고 밝힌 가운데 화상, 수지접합, 소아외과, 이식 외과 등 외과계와 심뇌혈관 질환 등에 대해 총 5조 원 이상을 집중 보상한다. 저출생 탓에 수요가 감소한 소아과와 분만 등에는 총 3조 원 이상 투입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현행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해 상대가치를 신속하게 재조정하는 기전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모든 개별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행위별 수가가 전체 건강보험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박 차관은 “행위별 수가제도는 지불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는 반면,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생기기에 치료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돼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증 환자를 많이 진료할수록 더 많은 수가를 받게 돼 ‘과잉진료’를 초래한 측면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필수의료의 핵심인 수술 수가는 원가도 건지지 못하는 수준으로 책정돼 중증환자 치료나 수술 등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우선 정부는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개편해 신속하게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한다. 상대가치 점수란 행위별 수가의 기본이 되는 ‘의료 행위별 가격’을 뜻한다. 크게 수술·입원·처치·영상·검사 등 5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수술과 입원, 처치는 저평가된 반면 영상이나 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

정부는 앞으로 상대가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줄이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한다. 박 차관은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과계와 내과계 중증 질환 등에 총 5조 원 이상 보상한다. 소아과와 분만 등 분야에 총 3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입하고, 심뇌 네트워크, 중증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2조 원가량 보상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