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연대 의대 교수들, 오늘 ‘사직’ 회의 의료계 집단행동이 1개월째 진행 중인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진료 대기 중인 환자 옆을 지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자발적 사직’ 결의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다. 백동현 기자

■ ‘의대 증원’ 여론조사

“전공의·교수 사직 부적절”응답
성별·나이·지역 모든 계층서 우세
“매우 부적절하다”도 50% 넘어

교수들, 25일 사직서 제출 결의

이미지 크게보기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한 달째 병원을 비운 전공의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마저 오는 25일 집단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하자 국민 반감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8명(78%)이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을 부적절하다고 답해, 의사 본분을 저버리고 환자 곁을 떠나겠다는 집단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임을 보여줬다.

18일 문화일보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의대 교수 집단사직을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중 ‘매우 부적절하다’란 응답은 50%에 달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성별, 나이, 직업, 지역 등 구분 없이 모든 계층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교수의 집단사직이 적절하다고 인식한 답변은 21%에 그쳤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이들은 주된 요구 사항으로 전공의 처벌 중단과 의대 2000명 증원 철회를 내세웠다.

응답자들은 의대 교수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더 부정적으로 봤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4%)은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부적절하다’는 답변은 57%나 나왔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이 역시 모든 계층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나와 응답자 특성별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시사되는 대목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맞서 지난달 19일부터 집단사직서를 내고 환자 곁을 떠났다. 수련병원을 이탈해 정부로부터 의사 면허정지 사전 통지를 받은 전공의들은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 결행 시점으로 잡은 날짜다.

정부는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2000년 의약분업과 2020년 의대 증원 총파업처럼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잘못된 고리를 이번엔 끊겠다는 기조도 재확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만들기 위해 집단으로 환자 곁을 떠나겠다는 말도 국민들께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하게 되면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맡을 의사들은 사라지는 셈이다. 전공의들이 마지노선인 의대 교수들에게 환자를 인수인계하고 떠난 만큼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비우는 것은 환자를 포기한다는 걸 뜻한다.

현재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은 평상시 수준과 유사하게 유지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양일간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로 실시했다. 대상은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유·무선전화 국번별 0000∼9999까지 랜덤 생성한 전화번호 중에서 추출했다. 6917명을 통화해 1000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2024년 2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