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정쟁보다 민생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순방후 국무회의서 강조

“임금체불 1조4000억 넘어
매서운 날씨에 마음 무거워”
“산업단지 근무 근로자 위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필요”

야당에 ‘서민법안’ 처리 요청
거부권 행사 앞두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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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매서운 추위가 다가오고 있는 시기에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임금 체불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라며 근로자와 가족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임금체불 피해를 막는 ‘민생 법안’ 통과를 야당에 촉구했다.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는 서민, ‘킬러규제’에 막혀 투자할 엄두를 못 내는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4대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관련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만 벌써 22만 명 이상의 체불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조4000억 원을 넘었다”라며 노동현장 임금체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상습 체불 사업주가 정부의 각종 보조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공공입찰과 금융거래에도 불이익을 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기업에 대한 제재에 더해 피해 회복을 제도화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의 신속한 논의를 요청했다. 현재 체불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정부 융자를 신청하는 사업주는 재고량이 50%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15% 이상 감소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완화하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윤 대통령은 또 전국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이곳에 대한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민생법안 통과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만나보면, 여가 공간이나 문화 공간뿐 아니라 가게와 식당 같은 편의시설이 없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며 “산업단지 안에 편의시설과 여가시설 등 근로자들을 위한 기본 시설의 설치를 막아놓은 ‘산업입지법’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존 산업단지에 첨단 산업과 신산업이 들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입주업종을 제한하는 ‘산업집적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과 관련, “이번 순방 기간(미국, 영국, 프랑스 순방)에도 각국 정상들과 쉴새 없이 통화하면서 2030 부산 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라며 “‘원팀코리아’는 오늘 자정이 지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영국·프랑스 순방 성과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주요 성과로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 구축 △방산·인프라·인적교류 협력 확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영 관계 격상 △한·프랑스 간 인공지능(AI)·퀀텀·우주 등 협력 관계 합의 등을 꼽았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과 관련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번 주말인 다음 달 2일이 거부권 행사 시한인 만큼, 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법안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데다, 무엇보다 헌법에도 어긋나는 측면이 많다”고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