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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비효율 개선 불가피… 젊은 연구자 지원 확대 환영”

노성열 기자
노성열 기자
  • 입력 2023-08-30 09:15
  • 수정 2023-08-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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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R&D 예산안 감축’ 어떻게 볼까… 3040 과학자 4인의 지상대담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안을 이례적으로 16.6%(5조2000억 원) 감축했다.
양자, 2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유망산업의 기초 연구는 늘리고 대신 ‘나눠 먹기’ ‘관행적’이라고 지목된 감염병, 기업 R&D 지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예산은 줄였다. 문화일보가 30일 긴급 마련한 지상 대담에서 교수 임용 10년 차 안팎의 젊은 연구자들은 정부의 국가 R&D 혁신에 대체로 찬성하면서도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이번에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한번 정비한 후에는 다시 증액으로 정상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예산 감소가 현실이라면 대학원생을 포함한 연구원의 인건비, 연구 재료비 등은 맨 마지막에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R&D에서 하기 어려운 도전적 과제에 집중하고, 의미 있는 실패를 용인하는 등 분야별로 적합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다음은 김근수(41)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신성식(38)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
남대현(35)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박규영(35)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국제협력과 경쟁원리 도입=현 정부 R&D 예산의 특징으로 국제협력(해외 연구기관 참여 허용)과 경쟁원리(연구성과 하위 20% 구조조정)가 꼽힌다. 장기적 교류로 긴 호흡이 필요한 국제협력은 단기간 내 주문하는 것이 무리라는 비판도 있다. 또,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응용 연구 말고 기초 연구비가 깎여 소홀해질 것이란 비관도 나왔다. 그러나 신진 교수들은 엄혹한 기술전쟁의 국제현실에서 빠른 해외연구 동향에 발맞춘 국제협력, 국가생존을 염두에 둔 R&D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긍정하는 편이었다.

경쟁원리 도입

조직 미래 위해 경쟁은 필수
최고기술 목표로 국제협력을”


김 교수는 “경쟁과 효율화는 인기가 떨어질 단어일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조직의 미래를 생각하는 리더라면 반드시 해야 할 말”이라며 “예산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면서 효율화가 이뤄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내년, 내후년에는 상당한 증액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혁신안에서 우수한 젊은 연구자 지원을 파격적으로 늘린 부분은 반갑다”며 “신진연구자 연구비와 연구실 구축 비용은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외국 선진 대학에 비하면 20%도 채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런 조건으로 국제 경쟁 무대에서 앞서간다는 건 어렵다. 씨앗이 싹트려 할 때 거름도 주고 물도 부어야 꽃을 피운다”고 조언했다. 남 교수는 “해외 연구기관과 파트너십만 맺을 게 아니라 세계 최고기술 개발을 목표로 각 기관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국제협력이면 좋겠다”며 “경쟁원리도 모든 연구 분야를 동일 기준으로 일률 평가하지 말고 각 분야에 적합한 방법으로 평가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국제협력에 너무 많은 예산을 초기에 배분하기보다 협력의 실질적 효과와 문제점을 파악하며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정량화된 연구성과 지표를 기반으로 예산 방향을 잡으면 단기적·양적 실적만 유도하고 질적 성취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 감축

“효율성 위해 한번은 거쳐야
내년·후년부턴 다시 증액을”


◇예산 감축과 우선 집행 순위=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증액 일변도로 굳어진 국가 R&D 예산 집행의 비효율을 개선한다는 의도를 두고 “한번은 짚고 넘어갈 일”이라며 큰 틀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젊은 교수들은 비효율을 걷어내는 데는 찬성하지만 앞으로 예산 증액은 필연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 교수는 “예산이 많고 적음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얼마나 전략적,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젊은’ 연구자도 좋은 성과를 내는 ‘우수한 젊은’ 연구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국민 입장에서 화가 날 만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급한 장비 구매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예비타당성조사의 허들을 낮춰주는 연구행정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우선순위

“1, 2순위는 인건비·재료비
정부 연구 도전적 분야 집중”


신진 연구자들은 깎인 예산에서도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신 교수는 “대학원생을 포함한 연구원 인건비와 지속적 연구를 위한 재료비는 최소한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도 “가장 높은 우선 순위는 학생을 위한 인건비”라며 “줄어든 연구비는 학회 활동 축소, 활동비의 보수적 집행 등으로 알뜰하게 쓰려 한다”고 대답했다.

김 교수는 “계획보다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사업화 연구는 사업화 목적에 맞게, 기초 연구는 기초 목적에 맞게 평가하고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평가 시점을 조율하는 것, 성실 실패 평가 등 R&D 선진국이 잘하는 부분을 배워 반드시 고도화된 평가 시스템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R&D 미래

“정량화된 연구평가 지양을
단기적 성과에 집착말아야”


◇연구비 카르텔과 국가 R&D의 미래=내년 국가 R&D 삭감은 윤석열 대통령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 먹기, 갈라 먹기’ ‘연구비 카르텔’을 말하면서 비롯됐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젊은 교수들은 거칠고 과장된 표현으로, 실제 본 적도 없지만 만약 효율성 개선이 필요하다면 과학자들과 소통해가며 진행해달라고 건의했다. 남 교수는 “비효율이 극대화된 모습이 카르텔로 표현된 것으로 본다”며 “예산 집행에서의 효율성 개선은 필요하지만 과학기술 현장 과학자들과 소통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도 연구비 카르텔을 보거나 겪은 적은 없지만 예산 집행에서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글로벌 기술 전쟁 시대의 국가 R&D 역할에 대해 민간 부문이 못하는 도전적 연구, 미국·중국 사이의 틈새 연구를 꼽았다. 신 교수, 남 교수, 박 교수는 모두 실패할 수 있는 과감한 기초 연구에 국가가 도전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남 교수는 “미국, 중국 같은 대규모 인력과 인프라 연구를 그대로 벤치마킹하지 말고 국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R&D 분야를 발굴하고 키우는 틈새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독립적인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아무도 우릴 진지하게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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