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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재정 예산안’ 발표

미흡등급 사업 10%이상 감축
보조금 누수 3조8000억 삭감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혁파를 연일 강조하면서 정부 역시 2024년도 예산에서 ‘건전재정’ 기조 하에 ‘나눠 먹기’식으로 전락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과 보조금 분야에 집중적으로 칼을 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책 예산사업 1만3000여 개를 ‘제로베이스’에서 조정, “나라 살림을 거덜 내는” 대표적인 ‘이권 카르텔’로 지목된 R&D 예산을 전년보다 5조2000억 원이나 삭감했다. 낭비성 보조금 3조8000억 원도 구조조정했다.

29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올해(24조 원)에 이어 내년에도 23조 원 규모의 재정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정부 정책 예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관행적으로 집행되거나 성과가 미흡한 R&D와 보조금 예산을 대폭 줄였다. 재정사업평가를 통해 미흡 등급 사업에 대해 10% 이상 삭감 원칙을 적용했다. 특히 이권카르텔로 지목된 R&D 분야는 올해 예산이 31조1000억 원에 달했지만 내년엔 25조9000억 원으로 16.6%나 줄였다. 정부 예산 12개 분야 중 감소 비율이 가장 큰 데, 이는 그동안 R&D 분야가 투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 도출에는 미흡하다는 평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8년 19조7000억 원이던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 원으로 매년 10.9%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사업수도 2019년 653개에서 올해까지 1254개로 늘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신 미래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할 대규모 플래그십(Flagship) 프로젝트나 첨단산업 선진기술 흡수를 위한 전략적 국제협력 투자와 같은 도전적·성과창출형 R&D에 예산 투자를 늘렸다.

보조금 예산도 마찬가지다. 보조금 예산은 2022년 102조3000억 원으로 100조 원대를 돌파했지만, 집행·관리상 문제 등 누수 요인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전체 보조금 예산 중 ‘낭비성’으로 간주된 3조8000억 원 규모 보조금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다른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에도 불구, 재투자로 인해 내년 예산은 107조5000억 원으로 올해 102조3000억 원보다 오히려 5조2000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비영리민간단체 등 민간단체에 보조금 지원 예산도 깎였다. 대표적으로 비영리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의 예산은 내년도 절반으로 감액됐다.

박정민·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