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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 여선생님을 죽게 했나

  • 입력 2023-08-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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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정 前 교육부 장학관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스물셋의 삶을 마감했다. 그것도 그의 삶의 터전이자 교직의 희망을 심어가던 교실에서. 존경받아야 할 교사가 학부모의 등쌀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교사가 왜 교실에서 죽음을 택하는가. 교육 현장이 그토록 비인간적인가. 세상 사람들이 교사를 보는 눈이 그토록 왜곡돼 있는가. 아이를 교사에게 맡긴 이상 부모와 교사는 하나 돼 아이가 제대로 커가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부모는 갑이고 교사는 을이어야 하는가. 누가 이런 조건을, 이런 상황을 만들었나. 누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가.

부모는 자녀들이 학교 규칙에 잘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도록 교사에게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 자기 자식 귀하게 여기고, 남의 자식은 희생당해도 상관할 바 아니라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그러잖으면 그 결과가 부메랑이 돼 그 자식에게 돌아간다.

자식을 잘 기르고 싶으면 교사를 선생님으로 대접해야 한다. 우리는 존경의 뜻을 담아 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들에게 부모보다 더 높은 권위를 줘야 한다. 내 자식을 위해서다. 우리는 그들이 내 자식을 통제하며 사람 되는 길을 가르쳐 주기를 바라며 그 고귀한 이름을 붙여줬다.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부모들은 어쩌다 하나 낳은 자식이라며 공주나 왕자처럼 키운다. 왜 내 자식만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집에서 하던 대로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괴롭힌다. 누구의 어떤 간섭도 거부하며 생활하려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충돌하는 건 뻔하다. 왜 그것을 전적으로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가.

학생들이 선생님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들이 ‘천국’을 누리는 데 좌(左)편향 교육감들이 한몫했다.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성인도 가지지 못하는 권한을 줬다. 거기에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에 경도된 교원 노조도 한몫 거들었다. 체벌금지는 당연하고, 학생들은 무정량의 자유를 누린다.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도 깨우지 못한다. 옆자리 학생과 장난을 쳐도 제지하지 못한다. 교사가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면 “쌤(선생)이 나를 못살게 굴었다”며 반항한다. 심지어 초등학생이 담임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심심찮다.

미국에서는 문제 학생의 지도를 교장이 책임진다. 별도 지도가 필요한 학생은 담임(counselor)이 그 명단을 교장에게 넘겨주고, 교장은 그 학생을 특별지도한다. 교장은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 부모에게 맡겨 버리고, 손해배상 등의 법률적 문제가 있으면 양쪽 부모가 합의해서 해결하도록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만 하면 될 뿐, 문제 학생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가르칠 의무는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학생들의 성적을 높여야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게 해야 하고, 학교 폭력도 교사들이 책임져야 한다. 사고가 나면 교사는 부모로부터 온갖 인간적인 모욕을 당한다. 이게 정상인가.

이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교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전권을 줄 것인가, 아니면 선생님들에게 단순한 수업권만 주고 나머지는 부모가 책임지게 할 것인가. 교사에게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고 문제만 생기면 교사들을 닦달하고,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죽음의 길로 몰아넣는 일이 없도록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살고, 교육도 살고, 교사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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