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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착하고 성실한데 늘 우울해 보이는 직장 동료가 있습니다. 알고 지낸 지 5년 정도인 데다가 집도 가까워서 친구처럼 지냅니다. 이 친구는 평소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심한데요. “부서 일이 잘못된 것도 내 탓이다” “본인 전공이 별 소용이 없다” “초등학생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좋은 아빠가 아니어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가장 빨리 승진한 입사 동기나 투자의 귀재인 동창 등과 비교를 하면서 자기 비하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친구에 대해 얘기하면 “피해 의식을 갖거나 부정적인 말로 남을 공격할 것 같으니 멀리하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워낙 착해서인지 전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자존감이 낮은 친구를 돕고 싶지만 방법이 없네요.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은 싫다는데,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지속성 우울장애’ 인지 점검받게 하고, 칭찬 자주 해줘야

▶▶ 솔루션

친구가 지속성 우울장애인지 점검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스스로 지치지 않는 범위에서 돕는 게 좋습니다.

주요 우울장애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만성적으로 낮은 에너지, 공허함 등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지속성 우울장애’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는 2주를 기준으로 하는 주요 우울장애와 달리 지난 2년간을 기준으로 기분이 좋은 날보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더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예전에는 지속성 우울장애를 ‘기분저하증(dysthymia)’이라 부르기도 했는데요. 만성적으로 잠을 못 자고 못 먹고 일을 못 하는 증상보다는 무기력하고 자신감 없는 태도, 부정적인 생각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지속성 우울장애는 너무 오래된 나머지 마치 성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약물 치료의 경우 무기력과 에너지 저하, 신체 증상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어도, 너무 오랜 습관처럼 굳어버린 부정적인 생각에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성 우울장애에서 중요한 것은 만성적인 우울에 대해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느냐 그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사람이 오랫동안 괴로움에 익숙해지면,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가족 등 더 가까운 사람들이 은연중에 당사자가 못나서 그렇다는 메시지를 심어줘, 본인이 못났다고 인정하는 것이 편한 ‘병적 결합(pathologic bonding)’이 이뤄진 경우도 흔합니다. 급성기 우울증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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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유튜브 등 좋은 정보가 많은 세상인데 뭘 몰라서 자존감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도 옆에서 자주 칭찬해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격려하는 사람도 지칠 수가 있으므로 본인이 지치지 않는 범위에서 동료를 돌보아야 합니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우울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미 그러한 제안을 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돼 준 게 아닐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